[사설] 개통 5년만에 치명적 부식 발견도 있었다

지난해 10월, 모든 국민을 불안케 한 보고서가 발견됐다. 한국도로공사가 2005년 작성한 서해대교 부식 실태에 대한 자료였다. 서해대교는 2000년 완공됐다. 개통 5년 만에 나타난 교각의 부식 실태였는데 내용이 충격적이었다.

서해대교 교각 105개 가운데 바닷물 위에 세워진 36개 모두의 철근이 부식되고 있었다. 교각 대부분은 철근을 감싸고 있는 외부 콘크리트가 균열 직전 상태였다. 이 중에 4개는 부식 속도가 빨라 녹물이 나오고 교각이 갈라지는 ‘가속기’에 접어들고 있었다. ‘가속기’를 넘어 ‘한계기’로 접어들면 전면보수나 철거가 불가피한 상황으로 판단한다.

당시 부식의 원인은 부실시공이었다. 시공사가 철근을 둘러싼 일부 콘크리트 두께를 설계보다 얇게 시공한 것이다. 설계대로라면 6.8㎝로 시공했어야 했음에도 실제로는 4㎝로 시공했다. 여기에 철근에 방염처리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방염처리를 해 시공한 광안대교가 10년 넘도록 문제 되지 않는 것과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당시 국민을 가장 놀라게 했던 것은 서해대교의 수명 예상이다. 보고서는 “부식 방지 공사를 하더라도 향후 30년 후면 서해대교가 수명을 다할 것”이라는 의견을 달고 있었다. 무려 10년 가까이 감추어져 있던 보고서였다. 결국, 시공사인 GS건설과 도로공사가 나서 ‘조치를 취했다’ ‘안전에 문제없다’며 세인의 관심을 꺼 나갔다.

서해대교는 GS건설과 대림산업이 시공했다. 공교롭게 지난 3일 오후 파손된 교각 케이블도 GS건설이 시공한 부분이다. 부실시공의 전력(前歷)이 있는 GS건설 부분에서의 또 다른 사고다. 이번 케이블 화재 원인을 좀 더 면밀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는 이유다. 케이블뿐 아니라 교각 부식을 포함하는 모든 부분을 점검해야 하는 이유다.

그런데도 당국의 태도가 답답하다. ‘성탄절인 25일에는 통행을 재개할 수 있다’는 부분만 강조한다. 지금이 성탄절 축젯날에 개통을 맞추느냐 못 맞추느냐를 따질 때인가. 중요한 것은 안전한 서해대교를 만들어 놓는 것 아닌가. 단 몇 %의 가능성이라도 생각하기조차 두려운 대형 참사의 가능성을 완전히 제거해 놔야 하는 것 아닌가.

우리가 11년 전 자료를 언급해 국민적 불안감을 조성하려는 게 아니다. 그저 케이블 3개가 역할을 잃고 서 있는 지금의 서해대교가 불안해 보인다는 것이다. 본보가 6일 시공 당시 관계자를 취재했다. 그가 사고 현장을 설명했다. “컨테이너가 밀려날 정도의 돌풍 지역이었다.” 전체를 봐야 한다. 바닷속부터 피뢰침까지 전부를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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