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전만 해도 구단 살림도 넉넉하지 않고 팬들의 관심도 적은 평범한 시민축구단이었다. 그러나 이후 4경기를 통해 모든 것이 뒤바뀌었다.
바로 프로 데뷔 3년 만에 한국프로축구 K리그 챌린지(2부리그)에서 클래식(1부리그)으로 승격한 수원FC의 이야기다.
올 시즌을 치르며 누구도 수원FC의 승격을 예상치 못했다. 그도 그럴것이 클래식에서 강등된 팀들과 기업구단, 국가대표급 선수들로 구성된 군인팀 등 예산과 전력에서 앞서는 강호들이 즐비했기 때문이다.
챌린지 정규리그를 3위로 마칠 때만 해도 ‘그만하면 잘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수원FC의 질주는 멈추지 않았다.
서울 이랜드와의 준PO, 대구FC와의 플레이오프에서 수원FC는 ‘닥공(닥치고 공격)’을 넘어 ‘막공(막강한 공격)’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내며 팬들을 열광시켰고, 마침내 클래식 11위 부산 아이파크와의 승강 플레이오프 1ㆍ2차전을 모두 승리하며 클래식 승격이라는 ‘각본없는 드라마’를 연출했다.
‘공격이 최선의 수비다’, ‘팬들에게 재밌는 축구를 선보이겠다’면서 화끈한 공격축구로 ‘청춘들의 반란’을 이끈 수원FC 조덕제(51) 감독을 지난 6일 만나봤다.
- 지도자로서 최고의 성과를 이뤘는데 소감은.
지난 1996년 아주대 코치로 처음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2012년 실업팀 수원시청을 맡은지 4년 만이자 프로팀 감독을 맡은지 세 시즌 만에 클래식에 승격했다.
다른 챌린지팀 감독들이 해마다 바뀌는 상황 속에서 유일하게 수원FC 만큼은 나를 꾸준히 믿어줬다. 덕분에 챌린지 ‘올해의 감독상’을 받았다. 우승팀 감독이 아닌 3위팀 감독이 받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2015년은 클래식, 챌린지 감독을 통틀어 가장 행복한 한해를 보낸것 같다.
특히, 수원FC가 내셔널리그와 챌린지를 거쳐 클래식에 올라와 한국 최초의 ‘지역더비’를 성사시킨 최초의 감독이 됐다. 이처럼 한국 축구에 영원히 남을 상황을 만들게 돼 개인적으로 영광스럽고, 구단과 코치, 선수들에게 감사한다.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든 것 같다.
- 최근 프로스포츠에서 성적부진에 따른 잦은 감독교체가 이뤄지고 있는 것을 지적했는데.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만난 부산의 최영준 감독이 부임 후 1승도 못했다고 하지만 최 감독이 몇 경기나 치뤘나.
감독들은 각자 선호하는 스타일이 다르고, 동ㆍ하계훈련을 통해 자기만의 색깔을 만든다. ‘축구공은 둥글다’는 말이 있긴 하나 내가 운영하는 4-4-2 포메이션과 다른 감독이 운영하는 4-4-2 포메이션은 전술은 같지만 응용방법이 분명 다르다.
지도자가 선수에 맞춰갈 수도 있지만 일정기간 여러 선수를 테스트 하고 변화를 주며 원팀을 만들어가야 하는데 그런 기간조차 주어지지 않는 현실이 아쉽다.
감히 내가 이런 말을 해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챌린지에서 3시즌을 보내며 해마다 지도자들이 바뀌는 것을 볼 때마다 너무 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지난번 K리그 대상 시상식에서 수상 소감을 통해 이를 밝힌 것이다.
- 승강 PO 2차전에서 선제골이 터졌을 때 누구보다 좋아했지만 추가골이 터졌을 때는 무덤덤해 보였는데 부산 감독에 대한 배려였나.
임성택이 선제 골을 성공시켰을 때는 클래식 승강이 사실상 확정돼 정말 좋았다. 하지만 자파가 두 번째 골을 넣었을 때는 기쁘다기 보단 상대편 감독의 마음은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스포츠는 경쟁이지만 함께 경쟁을 펼친 동업자이자 오랜 친구였기에 미안함에 벤치에서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었다.
첫 골 이후 어느 정도 승부는 결정됐다는 확신이 들었으나, 멀리 수원에서 원정응원을 와준 팬들에게 조덕제 스타일의 축구, 수원FC의 공격축구를 보여줘야 했기에 고삐를 늦추지 않고 더 공격적인 축구를 지시했다. 막상 추가골이 터지고 나니 부산 감독의 얼굴이 떠올라 마음이 편치 않았다.
- 수원FC의 용병들은 실력은 물론 인성까지 겸비한 것으로 꼽힌다. 용병 ‘복’이 참 좋은 것 같은데 스카우트 비결은.
특별한 비결은 없다. 영입하기전 그들의 경기를 볼 수도 없고 충분한 대화를 나누기도 힘들다. 지난해 7월 영입한 자파의 경우 일본 4부 리그와 브라질을 오갔던 선수로 썩 유명한 선수는 아니었다. 직접 불러서 테스트를 해봤는데 운동장에서 해보려는 의지가 강해 ‘이정도 마인드라면 우리 팀에 어울리겠다’고 생각해 영입했다.
자파와 블라단 모두 너무 성실한 선수다. 입단 전부터 유명세를 탔던 시시도 마찬가지로, 우리팀 용병들은 국내 선수들보다 더 열심히 운동하고 뛰어 다닌다. 우리팀은 아무리 유명하고 실력 있는 선수라도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그라운드에 설수 없다.
- 앞으로 클래식에서 생존하기 위해 어떤 복안을 갖고 팀을 리빌딩할 것인가.
구단과 내년 시즌 운영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를 하지 않아 백지상태다. 함께했지만 팀을 떠나야 하는 선수도 여럿 생길 것이다. 아직까지는 클래식에서 어떤 시스템으로 어떻게 팀을 운영하고, 어느 정도 전력 보강을 해야 할지 논의된게 전혀없다.
클래식 승격을 즐길 수 있는 여유도 없다. 빠른 시일 내에 구단과 앞으로의 팀운영 방안을 모색하겠다. 다만 분명한 것은 단 한 시즌을 뛰기 위해 클래식에 도전장을 내민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기존 팀들과의 전력차가 나겠지만 한 발, 두 발 더 뛴다는 각오로 생존을 위한 경쟁을 펼치겠다. 클래식에서 오래 살아남을 수 있도록 준비하고 노력하겠다.
- 한국축구 최초의 ‘지역 더비’가 성사됐다. 더비는 재밌고, 많은 팬들의 흥미를 유발해야 할텐데 어떤 각오로 ‘수원더비’를 맞이할 것인가.
수원 삼성은 울산 현대, 전북 현대, 포항 스틸러스 등과 함께 대한민국 최고의 ‘명문 구단’이다. 반면, 우리는 이제 성장하는 팀이자 클래식의 막내팀이다. 그러나 어느 정도 스쿼드가 구성된다면 이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당장 내일 모레 감독직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해도 ‘조덕제 축구는 정말 재밌었다’라는 소리를 듣고 싶다. 물론 수원 삼성이 한 발 뛰면 우리는 두, 세발 이상 더 뛰어야 한다. 당장 내년 시즌 초반에는 현저한 격차를 감수해야 하겠지만 2라운드 정도를 치른 다음에는 한번 이겨볼 수도 있지 않겠는가.(웃음)
단 보름이었다. 보름전만 해도 구단 살림도 넉넉하지 않고 팬들의 관심도 적은 평범한 시민축구단이었다. 그러나 이후 4경기를 통해 모든 것이 뒤바뀌었다. 바로 프로 데뷔 3년 만에 한국프로축구 K리그 챌린지(2부리그)에서 클래식(1부리그)으로 승격한 수원FC의 이야기다. 올 시즌을 치르며 누구도 수원FC의 승격을 예상치 못했다.
그도 그럴것이 클래식에서 강등된 팀들과 기업구단, 국가대표급 선수들로 구성된 군인팀 등 예산과 전력에서 앞서는 강호들이 즐비했기 때문이다. 챌린지 정규리그를 3위로 마칠 때만 해도 ‘그만하면 잘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수원FC의 질주는 멈추지 않았다.
서울 이랜드와의 준PO, 대구FC와의 플레이오프에서 수원FC는 ‘닥공(닥치고 공격)’을 넘어 ‘막공(막강한 공격)’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내며 팬들을 열광시켰고, 마침내 클래식 11위 부산 아이파크와의 승강 플레이오프 1ㆍ2차전을 모두 승리하며 클래식 승격이라는 ‘각본없는 드라마’를 연출했다. ‘공격이 최선의 수비다’, ‘팬들에게 재밌는 축구를 선보이겠다’면서 화끈한 공격축구로 ‘청춘들의 반란’을 이끈 수원FC 조덕제(51) 감독을 지난 6일 만나봤다.
대담=황선학 체육부장ㆍ정리=홍완식기자ㆍ사진=김시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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