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어지는 용병 타임 치열해진 골밑 전쟁

4R부터 2·3쿼터 동시 출장 ‘언더사이즈 빅맨’ 보유팀 강세
오세근 건재한 인삼公 유리해

프로농구 고양 오리온 추일승 감독의 얼굴엔 요즘 웃음기가 사라졌다.

최근 4연패에 빠진 탓도 있지만, 사실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9일 시작되는 정규리그 4라운드부터는 외국인 선수 2명 동시 출장이 2,3쿼터로 확대되는데, 이는 오리온에게 불리한 변화이기 때문이다.

 

오리온은 올 시즌 프로농구연맹(KBL)이 새로 도입한 외국인 선수 장·단신 구분 규정에 따라 키 193㎝ 이하 단신 선수로 조 잭슨(180㎝)을 뽑았다. 

그런데 193㎝ 이하 단신이라도 골밑 플레이를 주로 하는 ‘언더사이즈 빅맨’ 형 선수를 보유한 구단이 강세를 보이면서 오리온은 제공권 싸움에서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외국인 선수 출장 시간이 늘어나는 4라운드부터는 이런 높이의 열세가 더욱 두드러질 전망이어서 추 감독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외국인 선수 2명이 동시에 뛰는 쿼터가 2,3쿼터로 늘어나면서 프로농구 리그 판도에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3라운드까지의 추세를 미뤄봤을 때 언더사이즈 빅맨을 보유한 구단이 제공권 다툼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어 상승세를 탈 것으로 전망된다.

 

KBL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각 구단의 외국인 선수 2명 가운데 1명의 키가 193㎝를 넘기지 않도록 했다. 키가 작은 선수들의 화려한 플레이로 농구 팬들을 붙잡겠다는 의도였다.

하지만 KBL의 본래 취지와 달리 커스버트 빅터(울산 모비스)와 마커스 블레이클리(부산 kt) 같은 언더사이즈 빅맨이 리그를 지배하게 됐다. 그러자 단신 가드를 내보내고 언더사이즈 빅맨을 데려오는 구단도 생겨났다. 최근 알파 뱅그라를 대신해 자멜 콘리를 영입한 인천 전자랜드가 대표적 사례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추세가 4라운드 이후 더 부각될 것으로 내다봤다. 현주엽 MBC스포츠 해설위원은 “언더사이즈 빅맨이 포스트에서 힘으로 밀고 들어오는 플레이를 펼치면 막기가 쉽지 않다”며 “외국인 선수가 2명 뛰는 상황이라면 언더사이즈 빅맨을 보유한 모비스, 동부, kt 등이 순위 싸움에서 치고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안양 KGC인삼공사는 경우가 조금 다르다. 언더사이즈 빅맨을 보유하고 있진 않지만, 오세근이라는 걸출한 토종 빅맨이 버티고 있어 골밑 싸움에서 밀릴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현 위원도 “오세근이 건재하고, 국내 선수층이 화려한 인삼공사는 상위권을 지킬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한편, 인삼공사는 8일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열린 3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서 kt를 94대89로 눌렀다. 

조성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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