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당한 법집행이 어째서 불교계 탄압인가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의 신병을 두고 경찰과 종교가 충돌하는 참담한 모습이 연출됐다. 경찰은 9일 오후 4시 20분쯤 조계사에 경찰 병력을 투입했다. 전날 예고한 한 위원장 체포를 위해서다. 수사관과 기동대 등 600여명이 조계사 주변을 에워쌌다. 조계사 측은 경내를 연결하는 구름다리를 해체하고 관음전 건물을 봉쇄했다. 결국, 몸싸움이 벌어졌고 현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조계사 직원 1명이 갈비뼈를 다치기도 했다.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은 일이다. 한 위원장은 법에 의해 정당하게 발부된 구속 영장을 피하고 있는 신분이다. 경찰은 이 영장을 집행해야 할 책임을 지고 있는 국가기관이다. 이런 정당한 법 집행이 벌건 대낮에 방해를 받았다. 그것도 지극히 신성해야 할 종교시설에서 부처님의 말씀을 전해야 할 종교인이 방해했다.

더 이해하기 어려운 건 이번 사태를 해석하는 조계종 측의 입장이다. 사태에 앞서 조계종 총무원 기획실장 일감 스님은 발표문을 냈다. 발표문은 “조계사에 대한 공권력 투입은 단지 체포영장이 발부된 한 개인을 강제 구인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조계종, 나아가 한국불교를 또다시 공권력으로 짓밟겠다는 것과 다름 아니다”라고 밝혔다. “경찰 병력이 조계사에 투입된다면 그로 인해 발생되는 모든 책임은 정부에 있음을 경고한다”고도 했다.

대한민국은 법치주의다. 법 앞에 모든 국민은 평등하다. 이때의 평등은 불법 행위자에 대한 균등한 처벌도 포함된다. 이런 법을 집행하는 행위가 경찰의 한 위원장 체포다. 그것도 장기간 자진 출두의 시간을 준 뒤 결행한 행동이다. 이것이 왜 한국 불교를 짓밟는 것인가. 정부의 책임을 경고한 부분도 그렇다. 일개 범법자에 대한 법집행은 정부가 져야 할 책임이 아니라 정부가 지고 있는 의무다. 무슨 책임을 어떻게 지라는 것인가.

실망스러운 것은 이번 조계종의 입장이 다분히 사회적 갈등 조장의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것이다. 여당과 야당의 갈등, 사용자와 노동자의 갈등, 보수와 진보의 갈등을 조장하는 선언적 문구다. 직접 표현은 안 했으나 한 위원장은 정부에 박해를 받는 희생양이며 조계사가 이를 보호하고 있다는 느낌을 농후하다. 불교를 포함한 어느 종교도 사회를 갈라놓고 갈등을 조장하는 것을 가치로 삼고 있지 않다.

이쯤 되면 물어야 할 게 있다. 한 위원장을 보는 조계사의 입장은 무엇인가. 발부된 구속영장이 부당하다는 것인가. 정부가 노동 탄압을 하고 있다는 것인가. 당연히 밝혀야 한다. 그래야 불교 탄압이니, 정부 책임이니 하는 주장이 설득력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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