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도시가스’ 사각지대를 가다
9일 오전 8시께 인천시 연수구 옥련동. 새벽까지 불을 밝히며 장사진을 이뤘을 화려한 번화가를 지나 동네 안쪽으로 들어서자 “연수구에도 이런 곳이 있었나” 싶을 정도의 허름한 주택가가 모습을 드러낸다.
소개를 받고 찾아간 A 할머니(81)의 집은 실내라고 하기에는 바깥공기와 별다를 바 없는 차가운 공기가 돌았다.
방 안에서도 한겨울용 조끼를 입고 있는 할머니는 간단한 인사만 나눈 채 다시금 담요 속으로 무릎을 감췄다. A씨는 기초생활수급자 조건을 갖추지 못해 폐지 10만 원, 기초연금 10만 원 등 20만 원으로 한 달 한 달을 보내며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이 지역은 도시가스가 공급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설치비와 유지비가 부담스러운 기름보일러를 들일 수도 없어 A씨는 아직도 연탄난로로 온수와 난방을 하고 있다.
A씨는 “도시가스는 꿈도 못 꾸는데다 겨울철이면 여기저기서 나눠주던 연탄마저 양이 줄어 올겨울은 좀 더 아껴야 한다”며 “세상에 아무리 기여한 게 없다 해도 겨울철에 사람이 살 수 있을 정도만큼은 도움을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천시 부평구와 남구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일부 지역에 도시가스가 공급되지 않아 노인을 비롯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이웃들이 힘겨운 겨울나기를 하고 있다.
9일 인천시 등에 따르면 (주)삼천리와 인천도시가스(주)가 인천 전역에 도시가스를 공급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수요가 있고 이익이 발생할 것으로 판단될 때만 배관을 스스로 설치, 인근 주민에 유료로 도시가스를 공급한다. 이런 이유로 시는 도시가스가 공급되지 않는 지역 주민들의 난방 등 편의를 위해 매년 예산을 세워 배관 설비비 등을 지원한다.
그러나 시는 올해 재정난 등을 이유로 단 한 푼의 예산도 확보하지 못했다. 이로 인해 A씨 등 어려운 이웃들은 올해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힘겨운 겨울나기를 해야만 하는 실정이다.
시의 한 관계자는 “재정난 때문에 예산을 확보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인천은 도시가스 보급률이 90%를 상회한다”며 “내년에는 2억 원의 예산을 반영, 도시가스 미공급 지역에 배관 설비비 등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인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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