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웠던 스토브리그… SK는 ‘냉랭’

FA 6명 중 박정권·채병용·박재상 계약
“소극적인 협상 아쉽다” 팬들 볼멘소리 보상선수로 ‘LG 최승준’ 영입 실속 챙겨

올해 역시 프로야구 스토브리그는 뜨거웠다. 

한화, 롯데, NC 등 몇몇 구단이 거액을 들여 자유계약선수(FA) 선수를 영입하면서 그 열기는 화룡점정을 찍었다. 물론 이들 구단이 스토브리그를 뜨겁게 달구는 동안 들러리로 전락한 구단들도 있었다. 그 가운데 하나가 SK다.

 

SK는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10개 구단 가운데 가장 많은 6명의 FA를 배출했다. 좌완 정우람을 비롯해 투수 채병용·윤길현, 포수 정상호, 외야수 박정권·박재상이었다. 

당초 SK는 협상에서 몸값에 대한 의견 차가 크지 않는이상 이들을 모두 붙잡겠단 전략이었다. FA 예산도 약 200억원을 준비한 걸로 알려졌다. 다만 SK는 구단에 대한 ‘로열티(royalty )’를 조건으로 내걸었다.

 

로열티는 말 그대로 충성도나 애정도를 의미한다. SK는 지난해 FA 자격을 얻은 야수 최정(4년 86억원), 김강민(4년 56억원), 조동화(4년 22억원)에게 거액을 안겨줬다. 이들이 구단에 대한 로열티를 보여줬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계약이었다. 올해에도 이 방침을 유지하겠다는 데에 팬들은 기대감이 싹텄다. 하지만 SK는 FA 6명 가운데 박정권, 채병용, 박재상을 잡는 데 그쳤다.

심지어 박재상은 소속구단 협상 기간에 의견 차를 좁히지 못했다가, 전 구단 협상 기간에 겨우 붙잡았다. 팬들 사이에선 “워낙 큰 금액을 요구한 정우람은 그렇다 쳐도 윤길현, 정상호와 협상은 조금 더 적극적이었어야 했다”는 볼멘 목소리가 나왔다.

 

박정권, 채병용, 박재상과 계약을 두고도 말이 많았다. 구단은 이들에게 걸맞은 대우를 해줬다고 주장하나, ‘과연 구단이 로열티가 적용된 것이냐’는 의구심이 팬들 사이에선 팽패했다. 그도 그럴 것이 SK가 내부 FA 3명을 붙잡는 데 쓴 금액은 총 46억원으로 준비한 200억원의 ¼도 안됐다.

 

과거 ‘왕조’ 구축에 크게 이바지했던 박정권(4년 30억원)과 채병용(2+1년 10억5천만원)에게 너무 적은 금액을 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다행히 SK는 보상선수 지명에서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었다. 특히, 정상호에 대한 보상선수로 LG 최승준을 데려온 것에 대해 실속을 챙겼다는 평가다. 

홈 구장 특성에 딱 맞는 선수를 영입했다는 것이다. SK행복드림구장(중앙 120m, 좌우95m)은 홈런 파크팩터가 109.4로 부산 사직(117.4), 서울 목동(115.2)에 이어 세 번째일 정도로 장타자에게 유리하다. SK는 2013년 퓨처스(2군)리그 홈런왕(19개) 출신 최승준이 이러한 구장 효과를 누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K는 앞서 윤길현의 보상선수로 롯데 베테랑 투수 김승회를 선택했다. 이제 남은 건 오는 17일로 예정된 정우람에 대한 한화의 보상선수 지명이다. 한화가 아직 20인 보호선수 명단을 발표하지 않은 까닭에 누구를 데려올지 아직 알 순 없으나, 구단 내부에선 왼손 불펜 투수를 선택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조성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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