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강경투쟁 일변 민노총, 더이상 설자리 없다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10일 오전 조계사에서 나와 경찰에 자진 출두했다. ‘민중총궐기’ 집회에 참가하고 지난달 16일 조계사로 숨어 들어간 지 24일만이다.

한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법정에서 광기 어린 공안탄압의 불법적 실체를 낱낱이 밝히고, 혼돈에 빠진 불의한 정권의 민낯을 까발릴 것”이라고 밝혔다. 민노총은 위원장 구속 규탄 결의대회를 갖고, “모든 역량과 분노를 모아 16일 노동개악 저지 총파업에 돌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정부 투쟁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조계사를 도피처 삼아 공권력을 우롱한 한 위원장은 지난달 14일 서울 도심을 무법천지로 만든 불법ㆍ폭력 집회를 이끈 인물이다. 한상균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단어가 ‘총파업’ ‘강경 투쟁’이다. 그는 1년 전 민노총 역사상 처음으로 직선으로 뽑힌 위원장이다. 선거 구호로 ‘총파업’을 내걸고 “공장을 멈추고, 물류를 멈추고, 세상을 멈추겠다”고 다짐했다. 그가 지난 집회에서 “나라를 마비시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자”라고 외쳤던 선동 구호는 그냥 나온 말이 아니다.

하지만 이제 불법ㆍ폭력 등 강경 일변도의 투쟁으론 민노총이 설 자리가 없다. 한 위원장은 걸핏하면 ‘2천만 노동자의 권리’를 들먹이며 마치 전체 노동자의 대표라도 되는 양 행세하지만 실제 민노총 소속 조합원(63만1천명)은 전체 근로자의 3%에 불과하며 전체 노조원(190만5천명)의 33.1%에 그친다. 민노총이나 한국노총 같은 상급 단체에 속하지 않는 미가맹 노조가 10년 사이 10배 가까이 늘었다.

민노총은 대기업과 교사(전교조), 공무원(전공노)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이들을 중심으로 정규직 조합원의 기득권 지키기에 치중하다 보니 ‘귀족노조’라는 비판을 듣고 있다. 중소기업과 비정규직 근로자 등 취약계층은 외면하고 있는 민노총이 전체 근로자를 대변한다고 볼 수 없는 게 지금의 노동계 상황이다. 오히려 민노총 소속 노조들이 하도급 업체에 상납을 요구하는 ‘갑질’이나, 조합원 자녀 ‘고용세습’까지 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민노총은 올해로 20년을 맞았다. 1995년 설립 당시만 해도 민주 노동운동의 본산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다수 노동자의 생존과 권익보다는 이념ㆍ정치 투쟁에 매몰되면서 조합원 이탈도 많고 점점 외면당하고 있다. 대안 없는 투쟁, 반대를 위한 반대에 몰두하는 민노총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커졌고 괴리감만 키웠다.

민노총은 불법ㆍ폭력 등 구시대적 방식으로는 국민의 호응과 지지를 얻을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앞으로 중소기업, 하도급기업, 비정규직 등 노조의 도움과 보호가 절실한 취약 노동자 계층으로 외연을 넓히는 데 주력해야 한다. 새롭게 거듭나지 않으면 민노총의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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