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 응답하라~ 1990 경찰이여

‘응답하라 1988’의 인기가 뜨겁다. 

젊은 시절을 추억하는 40~50대 중장년층은 물론, 20~30대까지 이 드라마에 열광하고 있다. 

이 드라마는 이웃 간 따스한 정이 있었던 그때 그 시절, 우리 사회의 모습을 조명하며 아련한 옛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응답하라~’ 시리즈 인기는 갈수록 각박해지는 21세기 대한민국을 향한 대중들의 안타까움을 대변하는 것이 아닐까.

 

이렇듯 급변한 세상 속에 예전을 추억하며 그리워하는 것은 일반 대중들만이 아니다. 민생치안을 담당하는 경찰 역시 지난 1990년, 그때 그 시절을 그리워하고 있다.

당시 경찰은 노태우 정권이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자 대대적으로 서민들의 삶을 위협하는 조직폭력배 등을 깡그리 잡아들였다.

1년 동안 전국에서 활동한 200개 조직의 700명이 구속됐다. 경찰이 눈에 불을 켜고 조폭을 때려잡으니 치안상황도 좋아졌다. 그리고 조폭은 경찰이 무서워 전처럼 활개를 치지 못했다.

 

하지만 20년이 훨씬 지나버린 지금은 어떠한가. 선배 조폭은 연행된 상태에서 후배 조폭을 파출소로 불렀고, 후배 조폭들은 파출소가 동네 술집인 양 안하무인격으로 난동을 부렸다.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했던 파출소 경찰들은 인근 지구대 경찰과 경찰서 형사 등 동료들이 오고서야 이들을 제압할 수 있었다. 경찰의 공권력이 땅바닥까지 떨어졌다는 말이 여실히 드러난 사건이었다.

 

이런 상황에 경찰 수뇌부는 이번 파출소 조폭 난동 영상을 언론에 비공개키로 했다. 공식적인 이유는 개인정보보호법이다. 그러나 비공식적인 이유는 경찰의 사기저하라고 한다. 관리대상으로 선정해 면밀히 감시·감독하는 조폭을 대하는 경찰의 현주소다. 과연 그때 그 시절의 경찰의 활약상을 간절히 그리워하는 것은 비단 경찰뿐일까.

 

안영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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