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강사들 침착한 대처가 대형 참사 막았다

분당 12층 상가건물 화재
수업중이던 학생 271명 대피 시키고 마지막까지 남았다가 탈출
외벽에 ‘스티로폼 단열재’ 사용 1층서 난 불, 순식간에 건물 전체로

▲ 지난 11일 오후 8시18분께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의 12층 상가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해 불기둥이 치솟고 있다. 시민 최진수씨 제공
지난 11일 오후 발생한 성남시 분당구 12층짜리 상가건물 화재는 건물 외벽이 불에 잘 타는 스티로폼을 단열재로 사용해 불길이 삽시간에 건물 전체로 빠르게 번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러나 12일 진행된 현장감식에서 방화나 실화 가능성은 낮다는 의견이 나와 이후 관련기관의 화재원인 규명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화재가 난 상가건물 2층에 자리잡은 S학원생 270여명이 학원강사들의 침착하고 발빠른 대처로 큰 인명피해없이 무사히 탈출, 다시금 화재대피요령 숙지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불이 난 S빌딩은 12층짜리 필로티 구조의 상가로, 1층은 주차장, 2층은 대형학원, 나머지 층에는 사무실들이 입주해있다. 그럼에도 불구 건물 외벽은 스티로폼에 시멘트를 바른 단열재(드라이비트 공법)가 일부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드라이비트 공법은 불에 잘 타고 강한 비바람 등의 외부 충격에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것이 단점이다. 올해 초 130여명의 사상자를 낸 의정부 아파트 화재에서도 드라이비트 공법이 피해를 키운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됐다.

 

이를 방증하듯 불은 오후 8시18분께 건물 1층 엘리베이터 부근에서 발생해 삽시간에 외벽을 타고 12층 전체로 옮겨 붙어 연면적 1만5천㎡ 가운데 2천여㎡와 자동차 3대를 태운 뒤 1시간10여분만에 진화됐다. 이 불로 건물 외벽 전체가 붉은 화염에 휩싸였고 옥상 위쪽으로 3~4층 높이의 불기둥이 치솟아 올랐다. 290여명이 긴급 대피했고 160여명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12일 현장 감식에 나섰던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경기도재난안전본부 등 합동감식반은 “1층 주차장에 떨어진 전선에서 전기적 특이점이 발견돼 국과수에 정밀감정을 의뢰했다”고 밝혀 주차장 천장에서 떨어진 전선에서 최초 발화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같은 대형 화재였음에도 불구하고 큰 인명피해는 없었다. 특히 화재 발생 당시 상가 건물 2층 학원에서는 고등학생 271명이 기말고사를 앞두고 수업 중이었음에도 단 한명도 연기흡입외에는 외상을 입지 않았다. 이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도 침착하게 학생들을 대피시킨 S학원 강사들의 숨은 노력 때문이었다.

 

강의중이던 강사 4명은 “1층에 불이 났다”는 학생들의 외침을 듣고 일사불란하게 복도로 학생들을 모아 세줄로 앉게 한 뒤 화장실에 가서 휴지에 물을 적셔 와 아이들에게 나눠줬다. 코와 입을 젖은 휴지로 막은 학생들은 연기 탓에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침착하게 지하 1층 비상구로 안내하는 강사들을 따라 탈출했다.

 

학원 관계자는 “강사들이 마지막까지 남아 아이들을 챙겼다”며 “다행히 화재대피요령을 숙지해 침착하게 대응, 크게 다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말했다.

 

많은 피해 환자의 치료를 담당했던 분당서울대학교병원의 ‘매뉴얼 대응’도 조속한 사후관리로 주목을 주목받고 있다. 병원측은 화재발생 10분 만에 ‘재난 의료지원 팀’을 화재현장으로 급파하고 병원 내에는 대량 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임시 진료센터를 구축했다.

병원 로비에 병상 수십 개와 휠체어를 마련해 100명이 넘는 환자를 원활하게 진료했다. 

성남=문민석ㆍ강현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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