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구·동구… 단순 방위개념 자치구 이름 교체 ‘정체성 회복’

유 시장·해당 구청장·주민대표 등 전국 최초 내년 區명칭 변경 ‘공동선언문’
실제 방위와 거리먼 동인천·제물포 역명 손질… 일제 잔재 명칭도 바꾸기로

▲ 14일 오후 인천시청 영상회의실에서 유정복 인천시장과 이흥수 동구청장, 박우섭 남구청장, 강범석 서구청장 등이 전국 최초로 ‘자치구 명칭변경 공동선언문’을 발표한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장용준기자
인천시 남구와 동구가 내년에는 새로운 자치구 이름을 갖게 된다.

 

인천시와 남구, 동구, 서구는 14일 인천시청 영상회의실에서 유정복 시장과 이흥수 동구청장, 박우섭 남구청장, 강범석 서구청장, 남기명 인천발전연구원장, 동구·남구 주민대표 20명 등이 참석한 가운데 ‘자치구(區) 명칭변경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공동선언문에는 자치구 명칭을 지역 역사성과 정체성, 주민정서를 반영한 명칭으로 변경하는 계획이 담겼다. 동구와 남구는 내년부터 자치구 명칭변경을 추진하고, 서구는 주민 공감대 등 지역여건을 고려해 차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또 명칭변경에 쓰이는 행정비용은 시가 우선적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유 시장은 자치구 명칭 외에도 시 산하기관, 교육청, 철도역 명칭변경을 병행할 계획이다. 시 산하기관 가운데 공원사업소(동부, 서부, 북부), 수도사업소(중부, 북부, 서부), 소방서(중부, 서부, 남부), 여성회관(서부) 등이 방위개념 기관명을 사용하고 있으며 교육청은 교육지원청(4곳)과 도서관(2곳)이 방위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철도역 가운데 국철 1호선인 경인철도 동인천역, 제물포역이 실제 방위나 지역에 맞지 않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이밖에 시는 일제 잔재가 남아 있는 명칭도 총체적으로 바로 잡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시와 해당 자치구는 내년 1월 중 명칭변경 TF팀을 꾸리고, 7월 초까지 필요한 행정절차를 마무리하기로 했다. 이어 토론회 및 주민설명회, 주민의견 수렴절차를 거친 뒤 7월 말 행정자치부에 자치구 명칭변경을 공식 건의하는 등 내년 12월께 명칭변경 절차 및 안내판 정비를 끝낼 계획이다.

자치구가 직접 명칭을 변경하는 것은 처음이다.

그동안 행정구역 명칭 변칭을 추진한 곳은 동·읍·면 단위뿐이었다. 경북 울진군은 금강송 군락지로 유명한 ‘서면’을 ‘금강송면’으로 바꾸고, 매화나무단지가 있는 ‘원남면’을 ‘매화면’으로 바꿔 지역명칭을 브랜드화한 사례가 있다.

 

경북 고령군도 대가야의 도읍이었던 ‘고령읍’을 ‘대가야읍’으로 바꿨고, 영월군은 ‘하동면’을 조선시대 풍류시인 김삿갓의 이름을 따 ‘김삿갓면’으로 변경해 매년 김삿갓 문화제를 개최하고 있다.

인천은 인천발전연구원이 수행한 ‘인천시 행정구역 명칭 대안 연구용역’ 결과 동구, 남구, 서구, 중구 등 방위개념 자치구 명칭이 부적합하다는 의견이 69%로 높게 나타났다.

 

유정복 시장은 “방위개념 명칭은 행정을 나눈다는 개념이지 지역의 정체성과 가치를 가질 수 없는 이름”이라며 “미래지향적으로 판단하고 논의해서 인천 자치단체의 격에 맞고, 고유 가치를 만들 수 있는 명칭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미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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