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경제전망에 있어서 주요 기관들의 전망치가 0.8%까지 차이를 보이고 있으며, 지금의 전망치도 최근의 경제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추후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내년 역시 불황의 그늘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러한 불황 속에서 과연 소비자들은 어떤 소비행태를 보일지가 궁금하다. 지난 20여년을 불황 속에서 보낸 일본 소비자들은 어떤 소비행태를 보였을까.
매년 일본의 히트상품을 발표하는 닛케이 트렌디 발표자료에 따르면, 불황 속의 소비트렌드는 절약형 소비, 웰빙 추구형 소비, 작은 사치를 통한 위안 추구형 소비, 나홀로 소비형, 재미 추구형 등으로 정리가 된다.
대세는 실속형 가치소비라 할 수 있기에 기업은 가격거품을 빼고 좋은 품질의 상품을 저렴한 가격에 제공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가져야 할 것이다. 지난 불황 속에서 일본에서는 ‘노브랜드(No Brand)’의 인기와 가격파괴 현상이 확산돼 왔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나라에서도 예외가 아닐 것이고, 이미 그러한 사례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불황 속에서 기쁨이 줄어들면서 무언가에서 기쁨을 얻으려는 욕구가 커지게 되고, 이러한 욕구가 지출 부담이 크지 않은 가격대가 낮은 상품이나 서비스에서 고급스러움을 추구하는 작은 사치를 통한 위안형 소비행태로 나타난다.
최근에 커피 소비행태를 살펴보면 1천500원 저가 커피전문점이 인기를 끄는 반면, 5천원대의 브랜드 커피전문점의 인기 또한 식을 줄 모르고, 도리어 그러한 브랜드의 사은품을 소장하기 얻기 위해 커피를 더 구매하는 소비자들도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또한 재미를 추구하는 소비행태도 커지고 있다. 일본의 한 아이스크림 가게 앞에 줄을 길게 서 있어서 보았더니, 아이스크림을 주문하고 기다리는 동안 원하는 고객이 종을 울리면 종업원들이 노래를 불러주는 것이었다.
이제 고객은 소비에 있어서 재미있기를 바라고 있으며, 기업은 이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일본에서 나홀로 소비하는 소위 ‘스고모리족’을 위한 서비스가 확대되고 있다. 1인가구가 증가하면서 소비에 있어서의 스고모리족은 더 증가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온라인쇼핑과 편의점, 그리고 배달서비스가 큰 수혜를 보고 있다고 하겠다.
내년도 경제전망이 어둡고 올해 보여준 불황의 그늘이 내년에도 크게 회복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불황기 극복을 위한 기업의 대응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불황기임에도 소비자의 소비행태를 잘 이해하고 이에 대한 대응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면 불황 속에서도 성장하는 기업과 소상공인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일본에서의 지난 20여년 장기 불황에서도 많은 기업들이 소비트렌드에 맞는 경쟁력으로 성장하는 사례를 많이 볼 수 있었다. 이제 경제적 어려움을 직시하고 이에 도전하는 자세가 새해를 맞이하는 우리들에게 그 무엇보다 필요한 연말이다.
이정희 중앙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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