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감동적인 쾌거를 거행한 이승웅, 조정자씨 노부부는 헤진 신발과 허름한 차림으로 사람들을 또 한번 놀라게 했다. 이들은 그렇게 검소하게 살면서 재산을 모은 것이다.
“추운 겨울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오는 길목에 순대국밥 식당에서 나오는 냄새가 몹시도 구미를 당겼지만 그걸 이기며 살았다”는 이씨는 신발도 몇 번을 꿰매어 신고 다닐 정도로 검소했다. 이들 부부는 이런 생활로 서울과 의정부에 부동산을 마련했는데 이번에 모두 KAIST에 기증한 것이다.
특별히 KAIST와 인연이 있는 것도 아니다. 다만 우리나라에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과학기술의 인재를 기르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고는 즉시 결단을 내렸다는 것이다.
이들 노부부로 하여금 결단을 내리게 한 과학기술-사실 이것이야 말로 오늘의 대한민국을 이끈 가장 큰 동력이면서 앞으로도 그럴 것이 분명하다는 명견(明見) 때문일 것이다. 그러면서 지금 우리가 위협적으로 도전받고 있는 것도 과학기술이라는 사실도. 우리는 가끔 이런 질문을 받는다. 과연 5년후에도 스마트폰 시장에서 우리의 제품이 압도하고 있을까? 우리의 자동차가 중국 거리에서 활보할 수 있을까? IT와 TV, 조선에서도 그럴까?
여기에 대해 자신있게 대답할 수 없는게 우리 주변 환경이다. 그 가장 위협적인 나라가 중국이다.
중국은 이미 스마트폰에서 ‘화웨이(華爲)’가 우리 삼성의 갤럭시를 앞섰고 유조선을 비롯 조선 분야에서도 우리를 앞지르려 하고 있다.
더욱 두려운 것은 IT 분야다. 중국은 이 분야에 예산과 인력을 집중적으로 투입하고 있고 이미 유인 우주선을 성공시킨 기술을 발전시켜 항공산업에도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가 앞서가던 과학기술 분야에서 이제 중국은 무서운 속도로 추월을 시작했고 우리는 현실에 안주하고 있다. 변변한 자원없이 과학기술에 의해 먹고 살았던 우리가 이렇게 뒤쳐지면 우리의 미래는 어떻게 되겠는가?
이들 노부부는 그래서 그 큰 재산을 사회복지시설이나 공공시설에 기증하는 것보다 더 절실한 것이 이 나라의 과학기술 인재를 기르는 것이라 판단하고 그 요람인 KAIST를 찾은 것이 아닐까?
대기업가도 아니고 정치인도 아닌 평범한 서민의 가슴에서 그런 고민이 솟구쳤음은 참으로 박수를 보낼 일이다.
KAIST는 이들 부부에게 신발을 한 켤레씩 선물하여 박수를 받았는데 그 밑바닥에는 더 뜨거운 감동이 흐르고 있었다. 정말 KAIST로서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찾아온 산타할아버지였다.
KAIST는 TV드라마로 국민적 관심을 모은 적도 있지만 의정부 노부부가 전재산을 기증할 정도로 변함없이 국민적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만큼 KAIST가 대한민국 과학기술의 중심에 서있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한 국제조사기관의 발표에 의하면 아시아에서 1위 일본 도쿄대에 이어 KAIST가 8위를 차지할 정도가 되었다. 참으로 자랑스러운 우리의 미래요 희망이다.
의정부 노부부 뿐아니라 지금까지도 KAIST를 위해 재산을 내놓는 미담이 자주 있었지만 앞으로도 이런 기부 행렬이 계속 이어진다면, 그것이 곧 우리 미래의 희망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변평섭 前 세종시 정무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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