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종교] 종교를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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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는 과거 수없이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처럼 다양화된 세계화 시대에는 종교가 인간의 모든 고민과 문제들에 해답을 줄 수 없습니다. 이제 종교를 초월한 삶의 방식과 행복을 찾아야 할 때입니다.” 이 의미 있는 말은 달라이 라마의 ‘종교를 넘어’란 책의 내용입니다. (김영사 출판 이 현 옮김)

 

인간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여러 비결들을 제시해 주었던 달라이 라마가 인류의 시작부터 형성된 수많은 종교에 한계를 인정할 수밖에 없는 그의 가르침에 우리는 주목하게 됩니다.

 

지금 세계는 IS의 끔찍한 테러로 격분돼 있고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그들 집단이 왜 그렇게 악랄해졌을까를 신중하게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세계가 경악한 사건들이 발생한 후엔 이것은 우리 IS(자칭 이슬람 국가)가 한 것이라고 대담하게 주장합니다. 그리고 알라는 위대하다고 외칩니다.

이슬람교 코란의 가르침 중 가장 중요한 덕목은 알라는 자비하시다는 중심 교리로 되어있습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무서운 테러의 집단으로 변질되었는가? 우리는 이에 대한 분명한 대답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것은 세계의 강력한 여러 국가들의 이권과 이를 보기 좋게 포장한 종교의 행태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이슬람 민족은 소위 크리스천 나라들에 오래전부터 시달림을 받아왔습니다. 근세에 와서 중동의 나라들은 석유의 발견으로 상상할 수 없는 부를 누리지만 결국 지배층에 의해서 일반 서민들은 점점 더 곤경에 빠지게 되고 지배층은 크리스천 강대국들과 은밀한 관계를 갖게 됩니다. 사실 이라크 전쟁만 하더라도 미국을 비롯한 강대국들의 석유 등 이권을 유지하기 위한 주도권 싸움이었습니다. 

여기에 자연스레 파생된 것이 바로 IS이고 미국은 중동지역의 주도권을 쟁취하기 위해서 이 지역을 불안정하게 만들 필요로 이슬람 국가의 건설을 도왔음을 봅니다. 다시 말해서 강대국들은 중동지역의 불안정이 바로 이들 강대국들이 바라는 바임을 역력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래서 세상의 정세를 잘 보고 있는 달라이 라마는 현대에 기성 종교의 차원을 넘는 새로운 물결, 바로 ‘자비의 세상’이 펼쳐지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우리 교황은 내년(2016년)을 ‘자비의 희년’으로 선포하면서 부드러운 정신혁명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종교의 근본 원리는 인류를 영원(저승)한 세상을 향해 가도록 이끌어 주고 있지만 현실(이승)에서는 아름다운 평화를 품은 행복한 세상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원죄의 탓인지 인간 존재는 이기적 유전자를 갖고 있기 때문에 끊임없는 쇄신을 요구받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조국 티베트를 떠나서 외국에서 전전하고 있는 달라이 라마의 큰 외침을 가톨릭 사제의 한 사람으로서 깊이 공감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에도 수백수천의 종교와 종파가 있지만 각자의 집단의 팽창과 재산권을 불려가는 결코 용납하기 어려운 볼 상 사나운 행태가 빚어지고 있음을 봅니다. ‘교황과 나’라는 책을 펴낸 가톨릭 신자인 김근수 작가는 “한국 교회는 이제까지 누린 특권을 내려놓고 가난한 자를 위해 기꺼이 몸을 낮추라는 교황의 말에 귀 기울여야 한다.”라고 외치고 있습니다. 진정한 종교는 이기적 종교를 넘어 소외되고 가난한 이들에게서 그 존재의 의미를 찾아야 할 것입니다.

 

최재용 천주교 수원교구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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