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행학습 금지’ 시행 1년이 넘었지만 효과는 상당히 미미하다. 학원은 놔두고 학교에서만 선행학습을 금지하다보니 오히려 사교육을 부추기고 있는 실정이다. 학원이나 교습소 등 사교육기관은 선행학습을 광고하면 안된다는 내용만 있을 뿐, 명확한 단속 기준과 처벌 규정이 없어 ‘선행학습 금지법’은 유명무실한 법으로 전락했다. 학원들은 이러한 법의 허점을 틈 타 버젓이 선행학습을 광고하고 있다.
본보 취재 결과 겨울방학을 앞두고 경기지역 학원가에서도 선행학습 광고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상당수 학원이 ‘선행’이라는 단어를 빼고 ‘예비 중3’ ‘예비 고1’ 등의 문구로 수강생을 모집하고 있으나, 어떤 학원은 ‘예비 고1 수능선행반’ ‘선행ㆍ심화반’ 등의 문구를 노골적으로 내걸고 있다. 상급학년, 상급학교 진학을 앞둔 시기의 학생과 학부모들은 진급할 학년, 또는 그 이상의 학습과정을 미리 배워 상위권 성적을 얻기 위해 학원 등록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학교 교육과정보다 앞선 내용을 가르치는 선행학습은 공교육의 위축과 사교육비 증가를 유발한다. 공교육을 담당하는 초ㆍ중ㆍ고 교육과정의 정상적인 운영을 저해하고, 교육의 사교육 의존도를 높이기 때문이다. 학생들의 학습부담을 늘리고, 자기주도적 학습을 막는 것도 선행학습의 부작용이다. 정부가 지난해 초ㆍ중ㆍ고 선행학습과, 선행학습을 유발하는 시험이나 평가를 금지한 ‘공교육정상화법’을 만든 것도 이런 반교육적 측면을 인식해서다. 선행학습 금지는 박근혜 대통령의 지난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선행학습 금지법은 사교육을 유발하는 주범인 선행학습을 근절시켜 학생들의 학습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것이 취지다. 하지만 위헌 소지가 있고 단속이 어렵다는 이유로 사교육 분야는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시키고 학교에서만 선행학습 및 선행시험을 금지시켰다. 결과는 사교육만 더 부추긴 꼴이 됐다.
이런 가운데 교육부가 지난 8월 방과후학교에선 선행학습을 허용하는 개정법률안을 입법예고했다. 방과후학교에서만 제한적으로 허용한다지만, 공교육을 살리고 사교육비를 줄이자는 공교육정상화법의 취지에 배치된다. 교육부가 11개월만에 정책 방향을 번복하면서 교육현장의 혼란만 일으켰다. 사교육이 문제라면 사교육에서도 선행학습을 하지 못하도록 법을 강화하는 것이 합리적인 대처인데 학교에서 다시 선행학습을 허용하다니, 교육부가 사교육에 대한 공교육의 패배를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다.
선행학습의 폐해를 누구보다 잘 아는 교육부다. 공교육 정상화와 사교육 부담 경감 차원에서 선행학습 문제를 다시 진지하게 논의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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