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주 10개월 만에 한일 공조수사로 덜미
17일 서울 노원경찰서에 따르면 부동산 경매업자 김모(42)씨는 빚을 많이 지게 되자 10여년 전 같은 병원에서 진료를 받다 알게 된 조모(67)씨를 속여 그가 가진 노원구의 4억원대 아파트를 빼앗기로 마음먹었다.
김씨는 올 초 조씨에게 "다른 사람에게 빌려준 돈을 건물로 받기로 했는데 나는 부동산이 많아 내 명의로 하면 세금을 잔뜩 내야 하니 명의를 빌려달라"고 꼬드겨 부동산 매도용 인감증명서 등을 건네받았다.
이들 서류를 이용해 조씨 아파트의 명의를 바꿔 빚을 갚으려는 심산이었다.
하지만 조씨가 "주변에서 그렇게 하면 위험하다고 조언했다"며 서류를 돌려달라고 요구하면서 계획이 틀어졌고, 김씨는 결국 조씨를 살해하기로 했다.
김씨는 올해 2월6일 "내가 가진 건물을 보러 가자"며 조씨를 불러내 경기도 동두천의 빈 건물로 데려갔고, 함께 건물을 둘러보다 조씨의 목을 졸라 살해했다.
숨진 조씨의 주머니에서 휴대전화와 지갑, 아파트 열쇠를 빼낸 김씨는 조씨의 아파트로 곧장 달려가 등기이전에 필요한 서류를 모두 훔쳐 나왔다.
김씨는 범행 이튿날인 조씨의 사체를 가방에 넣어 충남 논산의 야산 중턱에 암매장했고, 9일에는 미리 위조한 아파트 매매계약서와 조씨의 인감 등으로 조씨 소유 아파트를 자신의 채권자 이모씨의 명의로 이전해 빚을 갚았다.
아무도 모를 것 같았던 김씨의 범행은 조씨 누나의 실종 신고를 받은 경찰의 수사 과정에서 밝혀졌다.
조씨 집 근처부터 폐쇄회로(CC)TV를 분석한 경찰이 조씨가 김씨와 함께 집을 나섰다가 동두천에서 사라진 사실을 발견한 것. 경찰이 김씨를 용의자로 특정하고 추적에 나섰지만 김씨는 같은달 18일 이미 일본으로 출국한 상태였다.
경찰은 김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고서 인터폴을 통해 일본 경시청과 10개월여간 공조수사를 벌였고, 일본 측이 검거한 김씨의 신병을 9일 건네받아 강도살인·사체유기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경찰은 김씨가 지난해 12월18일에도 지인 장모(45)씨가 "빌려준 1억4천만원을 갚으라"고 압박하자 장씨를 경기도 화성의 국도로 불러내 목졸라 살해하려 한 혐의(강도살인미수)도 추가로 확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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