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지난 달, 세자녀와 어머니가 얼굴에 복면을 하고 기자회견을 통해 가까운 지인들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하여 충격을 주었다. 그런데 얼마못가 이것이 무속인의 사주를 받고 행해진 자작극임이 밝혀져 또 한번 충격을 주었다. 무속인은 그렇게 해야 남편을 죽을 수밖에 없는 악운에서 구하게 된다고 사주한 것이다.
요즘 신문이든 잡지든 ‘오늘의 운세’ 또는 ‘이달의 운세’가 게재되고 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같은 나이에도 신문마다 그날의 운수가 다르다는 것이다. 어떤 신문의 운세에는 오늘은 목(木)씨 성을 가진 사람을 만나면 손재수가 있다 하고, 어떤 신문의 운세는 목(木)씨 성을 만나면 큰 기회가 올 수도 있다고 한다.
또 최근에는 부산의 한 야산에서 ‘사람살리라’는 여자의 비명을 듣고 경찰과 구조대원들이 출동했는데 범인(?)을 잡고보니 취업난에 고민하던 여성들이 그렇게하면 취업이 된다는 미신을 믿고 저지른 해프닝이었다.
경제사정이 어렵고 특히 젊은이들의 취업난이 심각한 현실을 고려할 때 그 간절한 마음이 이런 형태로 나타날 수도 있을 것이다.
더욱 한심한 것은 내년의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빚어지는 각종 형태의 무속행위다.
‘출마를 할까?’
‘출마하면 당선될까?’
‘어느 정당, 어느 쪽에 줄을 설까?’
그에 대한 대답을 자신의 정치신념이나 그동안 닦아온 공덕에 의지하여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무속인이나 사주팔자를 보는 직업적 운명 감정가에 묻는 것이다. 그리고는 그가 하라는대로 굿을 할 수도 있고 돈을 바칠 수도 있다.
연말이 되면서 새해의 운을 보는 토정비결이 크게 번지고 있다. 토정비결을 만든 사람은 충남 보령에서 1517년 태어난 이지함 선생이다. 그는 나이 56세가 넘어 경기도 포천 현감으로 벼슬길에 나섰으나 가는 곳 마다 무리한 빈민구제사업을 벌여 상하에 갈등을 빚었다.
특히 그는 오래전부터 임진왜란이 일어날 것임을 경고하는 등 미래에 대한 예언적 메시지를 잘 알려 백성들로부터 존경을 받았다. 이런 통찰력 때문에 백성들이 끊임없이 그를 찾아와 자신의 운명에 대한 예언을 듣고자 했다. 그만큼 임진왜란으로 피폐해진 백성들은 미래에 대한 갈증을 그에게서 풀고 싶어했다.
그래서 이지함은 일일이 사람을 만나기가 번거로워 한 권의 책으로 만들었는데 그것이 바로 ‘토정비결’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일부에서는 이지함의 이름을 빌려 만든 책이지 이지함이 직접 저술한 것은 아닐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사실 그는 나라의 부강을 위해 이미 그 시대에 해외통상을 주장했고 자원개발을 제창한 개혁적인 인물이었다. 그런 비결 따위로 백성을 계도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이지함 선생은 오늘 자신에게 찾아와 토정비결의 운을 묻는 정치인이 있다면 이렇게 말할 것이다.
“먼저 국민의 신뢰를 받으시오!”
그리고 젊은이들에게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길은 당신 마음에 있다.”
변평섭 前 세종시 정무부시장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