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연말… 대리운전·숙박업소 “메리 바가지마스”

“연말이라고 부르는 게 값이에요. 대리운전이고 숙박업소고 바가지 상혼이 판을 치고 있어요.”

 

지난 18일 오후 11시 20분께 초등학교 동창 모임에 참석했다가 술을 마신 A씨(34)는 인천시 서구청 인근에서 대리운전을 요청했다. 대리기사는 20여 분이나 지난 뒤에야 도착했지만, 대리기사를 함께 기다려준 동창과 수다를 더 떨 수 있었던 A씨는 군말 없이 차에 올라 검암동으로 향했다.

 

하지만 대리기사는 사전에 아무런 안내를 받지 못한 A씨에게 주차를 마친 뒤 연말이라는 이유로 3천 원의 추가요금을 요구, 1만 8천 원을 낼 수밖에 없었다.

 

대리운전업의 경우 자유업으로 분류돼 사업자 등록만 내면 별다른 허가절차 없이 누구나 영업을 할 수 있어 사실상 정해진 요금 체계가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일부 업체는 아예 대놓고 크리스마스와 연말 등 추가요금을 홍보하는 곳도 있다. 지역 내 한 대리운전업체는 홈페이지를 통해 “연말에는 기사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니 협정요금으로 접수해야 기사 배차를 빨리 받을 수 있다”고 홍보했다.

 

직장인 B씨(34)는 연인과 함께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내고자 지역 내 숙박업소 가격을 알아보다 놀랄 수밖에 없었다.

최근 각종 방송을 통해 활발하게 홍보하고 있는 스마트폰 숙박업소 소개앱도 소용 없었다. 평소 숙박업소 이용시간은 오후 8시~다음 날 정오까지였으나 성탄절 전야인 24일에는 오후 10시~다음 날 오전 10시로 짧아진 반면 가격은 5만 원에서 9만~10만 원으로 2배가량 뛰었다.

 

B씨는 “호텔은 이미 지난달부터 예약이 가득 차 모텔을 알아봤더니 호텔과 별다를 바 없는 가격”이라며 “연인과 함께하고 싶은 이용객들의 절실함을 이용해 폭리를 취하는 업체들이 꼴 보기 싫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 술자리가 잦은 때를 틈타 지역 바가지 상혼이 극성을 부리고 있어 이용객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하지만 대리운전업은 자유업으로 분류돼 있고, 숙박업소도 자율요금제를 시행 중이어서 단속하거나 제재할만한 근거가 없다. 

이인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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