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민·손연재 등 비하성 댓글로 상처
고생했다는 응원 보단 악평, 안타까워
“선수들에 따뜻한 조언·격려 부탁해요”
“대표팀 선수들도 자신들이 부족해서 경기에 진 걸 알고 있어요. 그렇지만 국가를 위해 열심히 안 뛰는 선수가 어디 있겠어요. 늘 잘 할 수는 없는데 팬들께서 조금 더 지켜봐 주시고, 끝까지 응원해주셨으면 힘이 났을 텐데….” 조성민은 이처럼 아쉬움을 표했다.
악성 댓글에 상처 받는 선수들은 한둘이 아니다. 선수들은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한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 모든 걸 쏟아 붓는다. 자신을 응원해주는 팬들을 위해 부상을 숨기고 아픈 내색 없이 참고 뛰는 선수도 있다. 이들에게 악성 댓글은 씻을 수 없는 상처로 남는다.
리듬체조 손연재(21)도 많은 악성 댓글에 시달렸던 선수다.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개인 종합 5위라는 성과를 올리고, 지난해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서 한국 리듬체조 역사상 최초로 개인종합 금메달을 땄다.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응원했지만, 시기와 질투를 하는 이도 적지 않았다. ‘점수 조작 논란이 있는데 해명 하나 없다’, ‘성적은 바닥인데 갈라쇼나 하고, 돈 긁어모으는 꼴 보기 싫다’ 등 비하성 댓글이 줄을 이었다.
악플에 시달린 손연재는 결국 지난 7월 인터넷에 비방글과 악성 댓글을 올린 네티즌을 고소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악플러들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오히려 고소 사실을 운운하며 “솔직히 틀린 말 하나 없는데 무슨 고소냐”며 비아냥거렸다.
최근 들어 가장 많은 악성 댓글에 시달린 선수 가운데 하나는 프로농구 안양 KGC인삼공사 가드 이정현(28)이다. 올 시즌 국내선수 득점 1위를 달리고 있는 이정현에 대한 기사가 며칠 전 포털사이트 메인 화면에 뜨자 온갖 악플이 쏟아졌다. 대부분 그를 비꼬는 댓글이었다. 해당 기사에 올라온 104개의 댓글을 분석한 결과 비속어를 사용하면서 그를 헐뜯는 댓글은 65.4%(68개)나 됐다. 그중에는 ‘(이정현을) 보고 있으면 두 손으로 목을 꺾어버리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는 끔찍한 댓글도 있었다.
상처를 받아 댓글을 아예 보지 않게 된 선수들도 있다. 프로농구 안양 KGC인삼공사 가드 김기윤(23)은 “상처받는 이야기를 들으면 잠도 제대로 못 이룰 정도로 소심한 성격인데, 지난 시즌 악플에 정말 많이 시달렸다. 나를 응원해주는 사람이 하나 없다는 생각이 들면서 요즘은 기사만 읽고 댓글은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프로야구 SK 와이번스 투수 전유수(29)는 “어머니께서 악플로 인해 속상해하시며 친구 분과 몰래 통화하는 걸 종종 들은 적이 있다. 그럴 때마다 어머니께 죄를 지은 것 같아 죄송스러웠다”고 했다. 그는 이어 “등판날 경기 결과가 안 좋으면 인격 모독성 댓글도 많았다. 모두가 나를 향해 손가락질하는 것 같이 느껴졌고, 후유증이 며칠씩 가기도 했다”고 말했다.
전유수는 네티즌들에게 당부도 잊지 않았다. “선수도 여러분과 똑같은 사람이란 걸 기억해주셨으면 합니다. 선수들을 곁에 있는 가족과 친구라 생각해주시고, 이왕이면 악플보다는 따뜻한 조언과 격려를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조성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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