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위안부 협상 타결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취임 이후 처음으로 위안부 문제에 대해 분명한 어조로 사죄와 반성의 뜻을 표명한 것도 그 맥락을 같이 한다.
반면 핵심 쟁점이었던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 문제에선 모호한 수준에서 타협이 이뤄지는데 그쳐 앞으로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은 이날 서울 세종로 외교부청사에서 열린 한일 외교장관 회담 이후 공동기자회견에서 “위안부 문제는 당시 군의 관여하에 다수 여성의 명예와 존엄에 깊은 상처를 입은 문제로서 이런 관점에서 일본 정부는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가 가토담화와 고노담화 등을 통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하고 사죄와 반성의 뜻을 표명한 적은 있지만 일본 정부 차원의 책임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기시다 외무상이 대독한 아베 총리의 발언문에서 “일본의 내각총리대신으로서 다시 한번 위안부로서 많은 고통을 겪고 심신에 걸쳐 치유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은 모든 분에게 마음으로부터 사죄와 반성의 마음을 표명한다”고 밝힌 점은 총리 취임 이후 가장 직접적인 사죄와 반성으로 평가된다.
한국 정부가 설립하는 재단에 일본 정부가 10억엔 규모의 예산을 출연하기로 한 것도 일본 정부가 위안부 피해에 대한 책임을 정부 차원에서 통감한다는 점이 진일보한 점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이에 대해 기시다 위무상이 “배상은 아니다”며 “(피해자들의) 명예와 존엄을 치유하기 위한 사업을 하는 것”이라고 말하면서 선을 그었다.
정부 당국자는 “과거 아시아여성기금에도 일본 정부의 예산이 일부 투입됐지만 피해자에게 직접 지원되는 자금은 민간 모금으로 마련됐고 일본 정부 예산은 인도적 사업에 쓰였다”며 이번에는 피해자 지원에 일본 정부 예산이 투입된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했다.
한국 정부가 설립하는 위안부 피해자 지원을 위한 재단은 의료서비스 제공, 건강관리 및 요양, 간병지원 등에 쓰일 예정이다.
한국 정부가 설립하는 재단에 일본 정부가 예산을 투입하는 것도 정대협 등 위안부 피해 단체가 요구하는 ‘법적 책임에 따른 배상금’과는 거리가 있다는 평가도 있다.
정부 당국자는 “일본 정부가 책임을 인정하고 사죄 및 반성을 하고 이를 위해 예산을 투입하겠다고 했다”며 “국제법적 책임을 인정한 것으로 국제사회도 그렇게 볼 것”이라고 말했다.
합의문에 대한 여야 정치권의 평가는 엇갈렸다.
새누리당 문정림 원내대변인은 “일본 정부의 진정성 있는 책임통감과 아베신조 일본총리의 사죄 반성 표명, 위안부 지원재단 설립과 관련된 일본 정부의 예산 거출이라는 합의를 이룬 것에 대해 새누리당은 다시 한 번 환영의 뜻을 표한다”고 밝혔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성수 대변인은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타결된 합의 내용은 일본정부의 법적 책임을 외면한 것으로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합의문에서 표현된 일본정부의 책임은 도의적 책임에 국한됐고 법적 책임은 인정하는 듯한 모양새만 갖춰 실질적으로는 회피했다”고 말했다.
강해인ㆍ정진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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