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장애아학부모들 합반 꺼려 도내 국공립 431곳 중 장애아통합 운영은 35%뿐
발달장애 4세 남아를 둔 K씨(36·여·수원)는 분통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자녀가 말이 늦고 주변 아이와의 소통을 어려워하자 K씨는 반을 유예하고 싶다고 어린이집 측에 요청했지만, 어린이집 측은 달가워하지 않았다.
K씨는 자녀를 퇴소시키고 장애아통합반을 운영하는 국공립 어린이집을 찾아다녔다. 그러나 어느 국공립 어린이집에서도 K씨의 자녀를 받아주지 않았다.
K씨는 잘 다니던 회사마저 그만두고 자녀를 키워야 하는 상황까지 내몰렸다. K씨는 “발달장애가 있는 장애아동들은 그냥 집에서만 있어야 하는 것이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오산에 거주하는 J씨(35·여) 역시 상황은 비슷했다. 잘 다니고 있던 민간 어린이집 원장이 발달지연이 의심되는 J씨의 아들에 대해 더는 교육하기 어렵다며 사실상 어린이집을 나가줄 것을 요구했다. 이후 J씨는 인근 국공립 어린이집을 찾으러 다녔지만, 헛수고였다.
도내 국공립 어린이집 10곳 중 6~7곳이 장애아통합반 운영을 꺼리면서 출산을 장려하는 정부와 지자체가 정작 장애아동 학습권 보호에 소홀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장애아동 가정은 국공립 어린이집조차 거부하는데 민간 어린이집은 오죽하겠느냐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28일 보건복지부와 경기도 등에 따르면 2015년 보육사업 안내서에는 국공립 어린이집의 신규 및 변경위탁 심사 시 취약보육인 장애아, 영아, 시간연장, 다문화 아동 보육 중 2개 이상 실시하되 장애아통합 교육을 권장한다고 명시돼 있다.
장애아통합 교육이란 장애아동이 비장애아동과 함께 같은 교육과정의 수업을 받음으로써 자립심을 기르고 경험의 폭을 넓히고자 한 교육 방식이다.
그러나 정작 많은 국공립 어린이집에서는 특수교사 채용이 어려운데다 비장애아 학부모들이 장애아와의 합반을 꺼려 장애아통합반 운영을 외면하고 있다. 수원의 한 국공립 어린이집 관계자는 “어린이집 장애아 전담 특수교사는 일선 학교에 소속된 전담교사보다 임금이 적기 때문에 어린이집을 꺼리는 경우가 많다”며 “또 비장애아동 가정은 장애아 통합반을 꺼리다 보니 장애아통합반 운영은 사실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 올해 12월 기준으로 도내 국공립 어린이집 431개소 중 장애아통합반을 운영하는 어린이집은 153개소(35.5%)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통해 도내 장애아통합반을 운영하는 어린이집은 최대 1천224명의 장애아를 수용할 수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장애아통합반을 운영하는 어린이집이 한 군데 당 평균 약 8명의 장애아를 수용하고 있다는 전제에서다. 하지만 지난해 기준으로 도내 만 3~6세 등록 장애아 수는 2천533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3~6세 등록 장애아 수의 50%가 넘는 아동들이 장애아통합반을 운영하는 어린이집을 이용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매년 아동의 수는 감소하고 있으며 지자체별로 등록 장애아 현황이 달라 주민들의 복지 욕구를 정확히 맞추기가 어렵다”며 “일부 장애아통합반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지자체가 신청한다면 적극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영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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