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공서도 외면한 도로명주소… 여전히 ‘반쪽 주소’

지자체 홈피 등 옛 주소로 정보 안내… 이용 주민들도 헷갈려
市 “부동산 거래땐 정확한 소재파악 위해 옛 지번 사용 불가피”

지난 23일 생애 첫 집을 장만하고 부동산 실거래 신고를 하기 위해 인천시 연수구청을 찾은 A씨(41). 

도로명 주소가 동·호수까지 50글자에 달해 쉽게 외우기가 어려워 꼼꼼히 메모까지 준비했다. 

수많은 민원서류 양식 더미 속에서 ‘부동산거래계약 신고서’를 찾아냈지만, 거래지분비율, 분의 등 생전 잘 쓰지도 않는 단어 투성이인 양식에 쉽게 손을 대기 어려웠다.

특히 오래된 서류의 양식은 주소란 칸이 좁아 매수·매도인 인적사항란에 기재해야 하는 도로명 주소를 다 써넣기조차 어려웠다.

 

하지만 A씨는 인적사항란을 모두 작성한 뒤 더욱 혼란스러웠다. 거래 대상 물건에 대해서는 도로명 주소가 아닌 옛 지번 주소를 써야 했기 때문이다. 아내에게 부랴부랴 전화해 부동산 전화번호를 알아냈고 부동산을 통해 지번 주소를 적어 30여 분을 투자하고서야 신고를 마칠 수 있었다.

 

A씨는 “애초에 적용하기 어려웠던 도로명 주소를 무리하게 적용한 결과”라며 “수천억 원을 들이고도 시스템마저 통합하지 못해 이용객에게 불편을 끼쳐야 한다면 되돌리던가 돈을 더 들여 편리하게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욱이 도로명 주소는 인천지역 관공서에서조차 외면당하는 등 자리를 잡지 못하며 이용객에게 혼선을 빚고 있다.

 

29일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도로명 주소는 지난 2011년 고시, 기존 지번 주소와 병행 사용하다가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하지만 인천시를 비롯해 각 지자체, 보훈지청 등 중앙과 지방 관서를 막론하고 옛 주소를 이용해 정보를 제공, 이용객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인천시는 홈페이지를 통해 시민과 여행객을 위한 음식·숙박 정보 등을 옛 주소로 안내하고 있으며, 각 지자체도 이용객이 자주 이용하는 생활정보 등을 옛 지번 주소로 안내하고 있다. 보훈지청도 지역 내 50여 곳에 달하는 현충시설에 대해 옛 지번 주소로 안내하고 있다.

 

이 밖에도 지역 내 상당수 우체국에는 아직도 옛 지번 주소가 기재돼 있는 우편번호부 책자가 비치, 도로명 주소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인천시 한 관계자는 “전국적인 공통 사항으로 아직 도로명 주소가 부여되지 않은 곳이 있어 부동산 거래 시에는 정확한 소재 파악을 위해 옛 지번 주소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며 “시민에 제공되는 장소 안내 등의 정보는 지속적으로 도로명 주소로 바꿔가는 중이다”고 말했다.

 

이인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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