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논단] 역시 먹고사는 것이 문제

사람의 몸이 가지는 에너지는 선천적인 것과 후천적인 것으로 나눌 수 있다. 선천적인 것은 유전적인 소인과 출산 전의 환경에 의한 것으로 볼 수 있으며 출생과 동시에 결정된다. 후천적인 것은 말 그대로 출생 이후에 생겨나는 에너지로 외부에서 공급을 받아야 하는 것이다. 우리가 외부에서 들여오는 원료는 공기와 음식물, 그 두 가지다.

 

호흡으로 산소를 충분히 공급받는 것이 생명유지에 있어서는 절대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이지만 일반적인 경우는 아니니 논외로 하고, 음식물로 받는 에너지, 즉 수곡지기(水穀之氣)의 중요성을 강조하려 한다.

우리가 움직이고 생각하고 각종 대사과정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쓰이는 연료로서의 음식섭취가 우선 떠오를 것이다. 숨쉬고 말하고 보고 걷는 일상은 물론 무거운 것을 나르고 먼 거리를 달리는 힘든 신체활동도 음식을 통해 얻는 에너지에 의해 이루어진다. 잘 먹지 못하면 힘을 제대로 쓸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음식물은 우리 몸을 만든다. 매일 수천, 수만 개의 세포가 만들어지고 사라진다. 머리카락이 자라고 피부는 재생되며 적혈구가 만들어지고 바이러스를 물리칠 면역세포도 태어난다. 이러한 모든 것이 내가 먹는 음식을 원료로 사용하게 된다. 특히 적은 양으로도 몸의 항상성을 유지하는 호르몬, 효소, 전해질들은 원료의 부족으로 변화가 생기면 장기적으로 건강에 치명적인 문제를 일으킬지도 모른다.

 

몸을 만들고 발달시키며 전체 대사과정을 이루는 수곡(水穀)의 중요성은 소아에게서 더욱 두드러진다. 키가 크고 몸이 커지는 것은 물론 몸 전체의 신경계 혈관계가 발달하고 뇌의 기능도 날마다 새로워지는 소아에게서 그 원료가 충분히 공급되는 일은 어떤 것으로도 대체될 수가 없다.

 

선천으로 받은 계획서대로 성장하고 기능이 발달하며 성인이 되어가는 과정이 펼쳐져야 할 때 그에 꼭 필요한 원료가 제대로 공급되어야 한다.

 

비위(脾胃)가 수곡(水穀)을 받아들여 후천의 근본이 된다고 하는 말이 있다. 소화기관이 음식을 통해 그 에너지와 원료를 흡수하는 것이 출생 후 사람의 근본이 된다는 말로 소화기관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문구이다. 

우리가 먹은 음식을 잘게 부수고 나누어 필요한 것은 흡수하고 불필요한 찌꺼기는 배출하는 소화기관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몸 전체의 기능이 제대로 될 수가 없다. 아무리 몸에 좋다고 하는 산해진미가 있다고 한들 먹지를 못하거나 먹어도 온전히 좋은 것을 내 몸에 들이질 못한다면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이다.

 

비위의 기능이 약해서 나타나는 소아식욕부진이나 장흡수장애, 만성설사가 장기적으로 소아의 성장발달을 지체시키며 여러 질환의 위험을 높인다. 실제 임상에서도 비염, 아토피, 천식 등의 소아질환에서 소화기능이 떨어져 있다면 증상의 개선보다 소화기능회복을 더 우선으로 둔다. 잘 먹고 잘 싸는 아이와 그렇지 못한 아이의 치료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것이 당연하지 않겠는가.

 

성인에 있어서도 최근 증가하는 역류성 식도염과 만성위염 등 질병 상태가 지속되면 다른 신체기능에도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아진다.

 

소화기관의 건강상태가 다르면 같은 음식을 먹어도 그 결과가 달리 나타나게 된다. 주변 사람과 같은 음식을 먹고 나만 병이 날 수도 있고 혼자 아무런 문제가 없을 수도 있다. 먹는 것이 내 몸의 근본이 됨을 기억하고 내가 먹는 것과 그것을 잘 소화시키는 것에 조금 더 관심을 두면 좋겠다.

 

이재수 다올한의원 원장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