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긴장감에 익숙하다” 경기북부 접경지역 주민들 큰 동요없어

[현장] 연천 중면·파주 장단·김포·포천 등 접경지역 주민들 “정부, 단호하게 응징해야” 한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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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군이 북한의 제4차 핵실험에 대한 대응 조치로 8일 낮 12시를 기해 최전방지역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한 가운데 강원 양구군 최전방지역에서 군 장비가 이동 채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 군이 8일 낮 12시부터 대북 확성기 방송을 전면 재개하면서 경기북부 접경지역의 긴장감도 고조됐다. 이번 대북 확성기 방송은 지난해 8·25 합의로 심리전을 중단한 지 136일 만에 다시 이뤄졌다.

 

주민들은 긴장감을 늦추지 않으면서도 비교적 차분한 일상을 보냈으나, 북한의 4차 핵실험 도발에 대해서는 우리 정부가 단호하게 응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낮 12시30분께 연천군 중면 삼곶·횡산리 일대. 영하의 강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주민 대부분이 집에서 나오지 않아 마을 곳곳은 전반적으로 한적하고 조용했다.

 

군용차와 경찰차 몇 대만 간간이 지나다닐 뿐이었다. 28사단 군부대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을 틀면서 일부 지역을 통제했지만 일대 117명 주민 반응은 차분했다.

 

김용섭 중면사무소 면장(66)은 “북한의 잦은 도발에 이곳 주민들은 이런 상황이 익숙하다”며 “다만,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하기 위해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관련 기관들과 지켜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삼곶리에서 10년째 사는 주민 허하일씨(75)씨도 “방학을 맞아 온 손주를 데리고 산정호수로 놀러 가는 길”이라며 “그동안 북한의 움직임을 봤을 때 이번에도 별일 없이 마무리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주민들은 평온함 속에서도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슈퍼를 운영하는 주민 박점쇠씨(68)는 “지난해 8월에도 나흘 동안 대피소 생활을 하는 바람에 생업을 잠시 중단하는 어려움을 겪었다”며 “이번에는 그런 일이 없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정부는 200명이 수용 가능한 대피소 2개 동에는 냉장고, 텔레비전, 샤워시설 등 생활할 수 있는 시설들을 준비했고, 연천경찰서는 지역치안관리를 위해 기동대원 25명을 배치하는 등 긴장감을 늦추지 않았다.

 

또 다른 접경지역인 파주 역시 상황은 비슷했다. 국내 유일의 비무장지대(DMZ) 내 마을이 모여 있는 대성동마을과 통일촌마을 등 주민 804명 역시 별다른 동요 없이 생활하고 있었다.

 

파주시 장단출장소 관계자는 “혹시 상황이 급박히 변할 수 있어 준비하고 있으나 이곳 주민들은 집안에서 조용히 쉬고있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이들 마을과 3㎞가량 떨어진 마정1리 김인태 이장(67)은 “파주지역 주민들은 북한의 도발에 따른 긴장감에 익숙하다”며 “이번 사태도 조속히 처리돼 안정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포 접경지역 주민들도 차분하게 생업에 나서고 있다. 대북방송 확성기가 위치, 어느 곳보다도 긴장감이 감도는 월곶면 보구곶리 주민들도 평소와 다름 없이 차분한 가운데 방송 등을 주시하며 상황을 지켜보는 모습이다.

 

성기윤 이장(70)은 “아직 특별한 대피지시는 없지만 대부분 마을 주민들은 연세가 높고 어려서부터 확성기 방송을 들어와 별다른 동요는 없다”고 전했다. 인근 용강리 마을주민 P씨(64)는 “안보를 위한 것이라면 대북방송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정부는 단호하게 북한에 대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향민 집성촌인 포천시 관인면 냉정리 주민들도 남북 긴장 상황이 어제오늘의 일도 아니어서인지 비교적 담담한 표정으로 뉴스에 귀를 기울였다. 이수진 관인면장은 “접경지역이 아니어서인지 현재 주민들은 전혀 동요 없이 평온한 모습”이라며 “ 간간이 뉴스를 청취하며 북의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의 도발에 대비해 확성기 방송시설이 설치된 최전방 11곳의 지역에는 이미 최고경계태세(A급)가 발령됐고 대북 경계·감시·타격 무기가 속속 보강됐다.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는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생일을 맞아 이뤄진 것인데다 방송에 김정은 체제와 핵실험을 비판하는 내용이 담겨 있어 북한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군은 북한군이 확성기 방송시설을 공격하면 북한군보다 3~4배의 화력을 쏟아부어 응징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군 역시 이날 오후 우리 군의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에 대한 ‘맞불차원’에서 대남 확성기 방송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북한군 최전방 일부 부대 몇 곳에서 대남 확성기 방송을 시작한 것으로 안다”면서 “우리 군의 확성기 방송을 듣지 못하도록 자체적으로 스피커 방송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북한군 확성기 방송은 우리 측에서 명확하게 들리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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