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먹고 배탈났다"…식당 200여곳서 3천여만원 갈취

순천경찰 30대 구속…가짜 병원치료 영수증 전송

"당신네 식당에서 음식 먹고 배탈나 병원 치료를 받았는데, 치료비 보내주세요."

전남 순천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45)씨는 지난달 3일 낯선 사람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돈을 보내주지 않으면 관할 보건소에 신고하거나 인터넷에 식중독이 발생한 업소라는 글을 올리겠다"는 협박도 이어졌다.

 

그는 김씨가 미심쩍어 하자 가까운 병원에서 치료받은 것처럼 조작한 영수증을 휴대전화로 전송해 믿게 하는 치밀함을 보이기도 했다.

 

물론 이 영수증은 모두 포토샵을 이용해 조작한 가짜로 밝혀졌다.

소문이 퍼진다면 영업에 큰 지장이 있을 것으로 우려한 김씨는 상대가 불러준 금융 계좌로 10만원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이런 수법으로 전국의 음식점 700여곳에 전화를 걸어 수천만원의 금품을 뜯어낸 30대가 경찰에게 붙잡혔다.

 

순천경찰에 공갈(갈취) 혐의로 지난 7일 구속된 A(34)씨는 지난해 5월부터 올 1월 5일께까지 전국에 있는 음식점 700여곳에 전화를 걸어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

 

실제로 피해를 본 음식점만 200여곳에 달했다.

A씨는 이 같은 수법으로 음식점 1곳에서 10만∼50만원을 받는 등 모두 3천100만원을 갈취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인터넷으로 전국에 있는 음식점 위치를 파악하고 그곳에서 가까운 병원에서 치료받은 것처럼 조작한 영수증을 피해자의 휴대전화로 전송하는 수법을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강원도에서 제주도까지 전국의 식당을 대상으로 벌이던 A씨의 범행은 지난해 12월 중순께 한 식당업주가 경찰에 신고하면서 막을 내리게 됐다.

 

A씨는 지난 5일 새벽 갈취한 돈으로 강원랜드 카지노에서 도박을 하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A씨와 유사한 수법으로 음식점을 상대로 하는 범죄가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대중음식점을 운영하는 업주들은 비슷한 전화를 받으면 가입된 보험으로 처리하거나, 영수증을 발행한 병원으로 문의해 치료 여부를 확인하면 이러한 피해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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