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최악 오염 기흥저수지, 관광 명소로 바꿔라

꼭 현재의 모습을 고집할 필요가 있는가. 사실상 용도 폐기된 농업용도를 과감히 버릴 필요는 없는가. 관광 또는 수상 레저 명소로 바꿀 수는 없는가. 전국 최악의 오염 저수지로 낙인 찍힌 기흥저수지의 미래를 놓고 지금 고민해야 할 화두다.

본보가 환경단체와 함께 기흥저수지를 둘러봤다. 목격된 오염 실상은 심각했다. 물배추라 불리는 식물이 썩어 가며 뿜어내는 악취가 진동했다. 여름 한 철 오염물질을 빨아들였다가 겨울이 오면서 썩는 식물이다. 이 부패 찌꺼기들이 맑아야 할 저수지 수면을 하얗게 뒤덮었다. 뿐만 아니라 수십 장의 부직포가 저수지 한쪽에 지저분하게 널려 있었다. 며칠 전 유입된 기름이 확산되는 걸 막으려고 띄워놓은 장치였다.

기흥저수지의 오염은 이미 최악의 수질 선고를 받았다. 2014년 10월 환경부가 중점관리 저수지로 지정했다. 관련 법률에 따라 총 저수량 1천만t 이상이고 오염 정도가 농업용수 수질기준을 초과해 특별한 관리가 필요한 저수지에 내려지는 결정이다. 전국 최초다. 말이 좋아 중점관리 저수지지 사실상 가장 ‘더러운 저수지’로 판정된 것이다. 이곳에서 지금 물배추가 썩어가고 기름 덩어리가 떠다니고 있다.

지금에 와서 수년 또는 십수년간 계속돼온 기흥저수지 오염의 관리 책임을 따질 일은 아니다. 문제는 이 수질을 어떻게 되살릴 것이며, 어떤 용도로 부활시킬 것이냐다. 우리가 제안하는 것은 기흥저수지에 대한 혁명적 사고 전환이다. 이미 용도 폐기된 농업용수의 역할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대도심과 교통접근성을 접목한 새로운 역할을 가미해야 한다. 관광 명소, 수상 레저 명소로의 근본적 변경이 필요하다.

가능성은 충분하다. 기흥저수지는 이미 조정 연습장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인기 예능 프로그램인 ‘무한도전’의 조정특집이 방영된 무대도 이곳이었다. 저수지 주변의 수변 갑판 길은 많은 도시민의 유휴 공간으로 애용되고 있다. 2.31㎢의 넓은 수면과 마르지 않는 수량도 자산이다. 사고의 전환만 있다면 언제든 ‘최악의 저수지’에서 ‘최고의 명소’로 거듭날 수 있다. 때마침 시작될 500억원짜리 준설 공사도 기회다.

민선 6기 용인시가 보여주는 장점은 발상의 전환이다. 청사 앞마당을 개방해 시민 수영장으로 만들었다. 시민의 애물단지를 시민의 자랑거리로 변모시킨 역발상이었다. 이런 접근 자세라면 기흥저수지의 개혁도 가능할 것이다. 다양한 의견을 듣고, 법 핑계 대지 말고, 지혜와 결단력으로 밀고 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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