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우선 협상기간 폐지… 템퍼링 ‘꼼수’ 차단

모든 구단, 동시에 협상되도록 규정

2014시즌이 끝나고 롯데 자이언츠 좌완 장원준은 자유계약선수(FA) 신분을 얻었다. 롯데는 4년간 총액 88억원이란 거액을 제시했지만, 장원준은 원 소속구단과의 우선협상 마감일 제안을 거절했다. 당시 88억원은 기존 FA 투수 최고액인 장원삼(삼성)의 4년 60억은 물론, 역대 FA 최고액인 강민호(롯데)의 4년 75억원을 훌쩍 넘는 액수였다.

며칠 후 장원준은 두산 베어스와 4년간 84억원이란 조건에 계약 도장을 찍었다. 롯데가 제시한 금액보다 무려 4억원이나 적었다. 원 소속구단보다 적은 금액에 계약하는 건 이례적이었다. 자연스레 규정상 금지돼 있는 템퍼링(사전접촉) 의혹이 불거졌다. 하지만 템퍼링을 증명할 방법은 없었다. 심증만 있을 뿐 물증이 없었기 때문이다.

 

올해부터 의혹과 불신만 낳았던 ‘FA 우선 협상기간’이 사라진다. KBO(한국야구위원회)는 12일 이사회를 열고 FA 선수와 원 소속구단의 우선협상기간을 폐지하고 모든 구단이 동시에 협상할 수 있도록 규정을 변경했다. 또 FA 보상선수로 이적한 선수는 보호선수 20명 및 보상선수명단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KBO가 이날 FA 제도를 손질한 이유는 템퍼링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서다. 그동안 대어급 선수가 FA 자격을 얻으면 야구판에는 ‘A선수가 이미 B구단으로부터 얼마를 제시받아 계약을 끝냈다더라’ 등 출처를 알 수 없는 소문이 돌았다. 여기에 비공식 에이전트까지 끼어들어 뒤에서 다른 여러 구단과 흥정하는 위법을 저지르면서 FA 선수들의 몸값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원 소속구단의 선수 보유권을 인정해주려 만든 우선협상권이지만 오히려 FA 시장의 왜곡만 부추기는 꼴이었던 셈이다.

규정을 무시한 구단들의 처사는 ‘FA 거품’이라는 부메랑이 돼 구단을 덮쳤다. 지난해 FA 시장에 풀린 돈은 역대 최고인 761억2천만원이었다. 천정부지로 오른 선수들 몸값에 구단들의 숙원인 자생력 확보는 허울 좋은 공언일 뿐이었다.

 

물론 FA 우선 협상기간을 폐지했다고 템퍼링이 뿌리째 없어진다고 속단하긴 이르다. 어차피 FA 선수들은 암암리에 타 구단과 접촉해 왔기에 별반 소용이 없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유명무실했던 규정을 없앤 자체가 의미 있는 발걸음이라는 평가가 적지 않다.

조성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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