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가 ‘봉’인가… 카드수수료율 낮춘다더니 되레 ‘꼼수 인상’

경기도내 자영업자들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신용카드사에서 영세ㆍ중소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로 말미암은 피해를 보전하고자 연매출 3억원 이상 10억원 이하의 일반가맹점에 적용하는 수수료율 인상에 나섰기 때문이다. 특히 매출 대비 이익이 적은 중소규모 슈퍼마켓을 중심으로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12일 경기남부슈퍼마켓협동조합 등 지역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금융위원회는 올해부터 연매출 3억 이하의 영세ㆍ중소가맹점에 대한 신용카드 수수료율을 낮추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단일 우대수수료율 1.5%를 적용받는 연매출 2억원 이하의 영세 가맹점 수수료율은 0.8%로, 2.0%를 적용받던 연매출 2억원 초과~3억원 이하 중소가맹점은 1.3%로 각각 0.7%p씩 수수료율이 인하됐다. 이와 함께 금융당국은 영세ㆍ중소가맹점에 속하지 않는 일반가맹점은 수수료율을 자율적으로 정하되, 평균 2.2%에서 1.9% 수준으로 낮추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연매출 3억원 이상~10억원 이하의 일반가맹점을 대상으로 카드사가 일방적 수수료율 인상을 통보하면서 도내 자영업자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주 타깃은 신용카드 사용률이 높으면서 매출이 어느 정도 보장되는 슈퍼마켓과 편의점, 약국, 주유소 등이다. 

수원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심모씨(47)는 “최근 카드사로부터 우편물이 날라와 확인해보니 이달 31일부터 카드 수수료율을 2.0%에서 2.5%로 올리겠다는 내용이었다”면서 “카드수수료를 인하한다고 해놓고 뒤로는 오히려 수수료를 올리는 모습을 보니 분통이 터진다”고 말했다.

특히 담배나 주류 등 세금이 대부분인 상품을 판매하는 슈퍼마켓은 ‘사기극’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연 3억원 이상의 매출을 내더라도 점포료와 세금, 관리비를 제외하면 손에 들어오는 순이익은 전체 매출의 7~8%에 불과한 상황에서 카드 수수료까지 오르면 문을 닫는 점포가 속출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장영현 경기남부슈퍼마켓협동조합 상무이사는 “슈퍼마켓 매출 대부분이 수익이 남지 않는 담배와 주류인데 전체 매출액만 기준으로 카드수수료율을 정하고 오히려 인상까지 하는 것은 슈퍼마켓보고 죽으라는 소리와 같다”면서 “영세가맹점 수수료를 낮춰 생긴 피해액을 일반 가맹점에 떠넘기는 전형적인 꼼수”라고 비판했다.

 

한편 이날 대한약사회와 소상공인연합회, 한국외식업중앙회, 한국주유소협회, 한국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등은 공동 성명서를 발표하고 “정부의 약속과 달리 카드사들은 수수료율 돌려막기를 통해 막대한 이윤보전에 나서고 있다”면서 “수수료율 산정의 투명한 절차확보 등 종합적인 제도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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