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누리과정 예산편성, 정치문제로 비화 안돼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예산 편성 논란이 정치 문제로 비화될 조짐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13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일부 교육청이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거부하는 데 대해 “아이들을 볼모로 잡고 사실을 왜곡하면서 정치적 공격수단으로까지 삼고 있어 참으로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지금이라도 빨리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해 아이들과 특히 학부모들이 불안하지 않도록 해주기 바란다”고 요청했다.

대통령이 나서 공개적으로 교육감을 비판하자, 전국시ㆍ도교육감협의회는 “정치적으로 몰아가는 것 자체가 정치적인 의도가 있다”며 반발했다. ‘정부 책임론’을 주장해온 협의회는 열악한 지방교육재정 현실을 외면한다며 답답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날 경기도내 더불어민주당 소속 기초단체장 15명은 ‘보편적 복지는 국가사무, 누리과정에 지방비 투입 안됩니다’라는 성명서를 통해 “누리과정은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누리과정 문제가 단순 교육문제를 넘어 지방자치를 뿌리째 흔드는 위기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며 “지방자치 20년이 지났지만 중앙정부는 여전히 지방정부에 일률적인 정책 시행을 강요하고, 지방비 분담까지 요구하는 등 지방정부의 손발을 묶어놓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통령이 만3세부터 5세까지 무상보육을 약속한 누리과정 역시, 정부가 부족한 예산을 지방교육청에 떠넘겼다”고 밝혔다.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둘러싸고 전국이 대혼란이다. 특히 사상 초유의 준예산 사태를 맞은 경기도는 남경필 지사가 급한 불을 끄기 위해 1~2월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도비로 지원하겠다고 밝혔으나 도의회 다수당인 더민주가 이를 거부하면서 아직까지 예산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13일 열릴 예정이던 도의회 임시회는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무산됐다.

일단 보육대란을 막고 나중에 해법을 찾아보자는 남 지사의 ‘선결후문(先決後問)’ 제안을 야당이 거절하면서 누리과정 파행은 장기전으로 치닫게 됐다. 앞으로 어떻게 해법을 찾아야 할 지 막막하다. 유치원총연합회 경기도회는 12일 기자회견을 갖고 도교육청과 도의회를 상대로 누리과정 예산의 즉각 편성을 촉구했다. 13일에도 수백명이 도의회로 몰려 “삭감된 예산 전액을 원상 복원시켜 달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누리과정 예산 편성 문제가 자꾸 정치적으로 확산되는 형국이다. 어린이집과 학부모들에게 피해가 돌아가지 않도록 일단은 보육대란을 막는게 중요하다. 그리고는 적극적으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정부와 국회는 지방에만 떠넘기지 말고 교육청과 충분한 협의를 통해 근본적인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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