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령·박경태 감독 作 ‘거미의 땅’
한국 근현대사 트라우마 드러내
30년간 파주에서 햄버거를 만들어온 바비엄마, 폐지로 생계를 유지하는 박인순씨, 그리고 흑인계 혼혈인 안성자씨.
다큐멘터리 <거미의 땅>은 국가 권력에 의해 삶을 철저하게 유린당한 세 여성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영화다. 같은 소재를 다룬 다큐 <아메리칸 앨리>(2008)의 김동령 감독과 달동네 철거민의 애환을 다룬 <사당동 더하기 22>(2009)의 박경태 감독의 작품이다.
두 감독은 포성과 전투헬기 소리가 들리는 유령마을에 사는 그들의 분절된 기억을 따라, 망각된 기지촌의 모습을 담는다. 영화는 역사적 실재였던 공간과 이 공간을 배회하는 유령들의 목소리를 통해 한국 근현대사의 트라우마를 보여주는 등 깊이 있는 주제의식을 드러낸다.
끝나지 않은 역사로 오늘날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묵직한 파장을 던진다. 영화 <거미의 땅>은 <제13회 야마가타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 국내 최초로 국제경쟁부문에 진출, 특별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이후 <제17회 이흘라바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다큐멘터리 <포트나잇 2014: 뉴욕현대미술관 MOMA 모마 국제 논픽션 & 미디어영화제>에 잇달아 초청,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다큐 <거미의 땅>은 기존 다큐들과 다른 형식을 채용한다. 세 여성의 기억을 따라 상황과 공간을 재구성하고 있는 만큼, 비선형적으로 시간을 구성하고, 조립한다.
형식면에서 임흥순 감독의 <위로공단>의 전개 방식을 떠올리게 한다. 15세 이상 관람가 등급.
박광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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