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교 노인복지주택의 이상한 선입금-
광교신도시 내 들어설 예정인 노인복지주택이 이상하다. 60세 이상 노인 600여명으로부터 1천만원씩을 받았다. 60억여원에 달하는 큰돈이다. 명목은 우선 분양권 내지 청약의향서 증거금이다. 노인들에게 “547명이 입금이 다 할 경우 더 이상 돈을 받지 않을 것이다. 그전까지 빨리 입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다. 사실상 선착순 분양의 형식을 취한 것이다. 일부 노인들에게는 ‘문제가 발생하면 7일 내 환불해주겠다’는 조건까지 강조하며 받았다.
혼란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이 주택의 분양 방식이다. 분양 전 선착순 모집이 아니다. 분양 후 60세 이상 노인 중 고령자를 우선해 추첨하도록 돼 있다. 이 주택은 현재 건축허가를 받았지만, 분양 공고는 하지 않은 상태다. 분양권 우선 배정이니 547명 제한이니 하는 설명이 모두 근거 없는 것이다. 자녀에게 상속이 가능해 재테크의 수단이 가능한 것처럼 설명하는 것도 사실과 다르다. 60세 미만의 상속자는 이 주택에 거주할 자격이 안 된다.
적법 여부를 떠나 심각한 문제는 피해 우려자들의 계층이다. 1천만원씩을 선입금한 당사자들은 모두 60세 이상의 노인들이다. 본보 취재 과정에서 노인들 상당수는 아파트 청약과 같은 효과가 있는 것으로 믿고 있었다. 분양 후 자식들의 신혼집으로 넘겨 줄 계획을 하고 있는 노인들도 있었다. 결과적으로 노인들은 분양에서 전혀 우선 혜택이 없고, 상속 등의 환가성도 미미한 노인복지주택을 위해 어떤 근거도 없는 1천만원을 납부해 놓은 셈이다.
시행사 측은 수요 조사를 하고자 돈을 받은 것이고, 자유로운 의사로 돈을 받았으며, 문제 되면 즉시 환불해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앞뒤가 영 안 맞는 말이다. 무슨 수요 조사를 1천만원씩이나 받으면서 하나. 대단한 효과가 있는 것처럼 유도해 체결한 계약인데 어떻게 자유의사인가. 60억원의 환불은 무엇으로 담보하겠다는 것인가. 숱하게 봐 오던 사기 분양 또는 청약 사기가 이렇게 시작되는 것 아닌가. 아니길 바라지만 여간 불안하지 않다.
대한민국 노인 대부분은 가난하다. 약간의 연금으로 버티며 팍팍하게 살아간다. 그들에게 1천만원은 삶 전체를 걸 만한 목돈이다. 만에 하나 잘못되면 큰일이다. 관계기관이 조사해야 한다. 잘못된 행위라면 즉시 중단시키고, 선입금된 돈은 전액 환급하도록 해야 한다. 시공사 측도 시행사가 한 일이니 우리는 모른다며 뒷짐 지고 있을 일이 아니다. 법과 절차를 따져보고 환불의 능력도 점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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