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FTA 발효 한달… 수출 中企는 지금
품목 절반이상 5~10년 단계적 ‘무관세’… 소비재 등 도내 주요 수출품목 상당수 포함
당장 FTA 수혜↓ 당초 기대감 대신 “지켜보자”… 中 경기침체도 ‘발목’ 되레 위축
아동복과 운동복 등 의류를 생산하는 도내 A업체는 한중 FTA에 발맞춰 지난해 중국 전문인력을 모집하는 등 중국 진출에 대비해왔다.
그러나 막상 지난해 12월20일 한ㆍ중 FTA가 발효된 뒤로는 별다른 준비를 하지 않고 있다.
의류에 대한 관세가 10년에 걸쳐 철폐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올해 중국 진출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A업체 대표 조모씨는 “의류에 대한 중국 관세가 15% 정도 되다 보니 관세가 인하되면 중국 진출 기회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며 “그러나 10년에 걸쳐 관세가 철폐되면 지금 당장 이익이 크게 나지 않아 일단 현재 납품하는 곳에 집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20일 한ㆍ중 FTA가 발효 한 달을 맞이하는 가운데 발효 초기에 가졌던 경기도내 중소기업들의 대 중국 진출 기대감이 한풀 꺾인 상태다. 주요 수출 품목으로 꼽히던 소비재에 대한 관세가 적게는 5년, 길게는 10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인하되면서 현 시점에서 관세철폐를 통한 이익을 보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한중 FTA를 통해 5년, 10년에 걸쳐 관세가 철폐되는 품목은 전체 51.2%(4천100여개 품목)에 달하고 15년, 20년에 걸쳐 철폐되는 품목도 19.3%(1천500여개 품목)에 이른다.
매년 1~2%가량 기존 관세가 단계적으로 인하되는 것으로, 여기에는 의류와 가공식품, 가전제품 등 도내 주요 소비재 수출 품목이 다수 포함돼 있다. 발효 한 달 만에 두 차례 관세 인하가 이뤄졌지만, 진출 준비 비용 등을 고려하면 현재로선 이득을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더구나 중국의 계속된 경기침체도 중국 진출을 확대하려는 수출 기업들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 동두천에서 직물 제조업체인 B실업을 운영하는 K모 대표는 “한중 FTA 발효에 중국 진출을 위해 현지에 직원도 파견하는 등 노력하고 있으나 경기 침체 때문인지 수요가 많이 떨어져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관세 인하 혜택도 현재로선 크지 않아 고민스럽다”고 설명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장기적 미래를 보고 FTA를 활용할 것을 주문했다. 정상철 경기지방중소기업청 수출지원센터 전문위원은 “한중 FTA를 통해 거대한 중국 시장이 열렸다는 점은 의미가 있으나 관세 인하 기간이 기존 한미 FTA 등보다 길다 보니 도내 중소기업들도 소극적으로 나오는 상황”이라면서 “기업들은 우선 생산하는 제품이 관세 인하 품목에 해당되는지, 몇년에 걸쳐 인하되는지 반드시 확인하고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FTA를 활용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이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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