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미의병, 생생한 현장 속으로

역사적 고증·다양한 시점으로 전달

조선의 발바닥

윤찬모 著 / 청어 刊

역사 고증을 통해 생생하게 써내려간 을미의병(乙未義兵)의 기록이다. 

을미의병은 청일전쟁 후 1895년(고종 32) 8월 20일 명성황후 시해사건과 단발령의 강제시행에 격분한 유생들이 친일내각 타도를 목표로 일본에 대항해 싸운 의병들을 말한다.

 이 책 <조선의 발바닥>(청어 刊)은 그해 을미년 지평균(지금의 양평군)에서 젊은 유생과 포수가 뜻을 모아 일으킨 의병을 소재로 한 역사 소설이다.

단발령으로 일어난 공분의 화약고에 불을 댕긴 지평의 세 젊은이들이 걸어간 길을 따라 120여 년 전으로 뒷걸음질을 쳐서 자료를 모으고 그들의 흔적을 되밟았다.

 

지평 땅 시골 마을에서 태어나 평범하게 자란 세 젊음이 어떤 계기로 군사를 모으고 의병을 일으켰으지, 어떤 과정을 거쳐 의(義)로서 투합했는지, 귀한 아들을 선뜻 사지로 내보내는 아비와 어미의 심정이 어땠는지, 섬세하면서도 생생하게 써내려갔다.

무엇보다 이 책의 미덕은 ‘성실함’이다. 기존 역사 책과 달리 다양한 시점전개로 당시 사회와 시대상을 표현하는데 노력했다. 역사의 밑에 고여 있던 그 가족들의 삶도 조명하고, 기록으로 남아있지 않은 뒷얘기도 펼쳤다. 거울을 보듯이 왜병들의 눈으로 조선을 다시 비춰 보기도 했다.

동학도와 관군의 싸움, 단양 장회협의 승전, 충주읍성 치고 빠지기, 수안보전투, 가흥창 공격, 남산성 결전, 승패를 떠나 역사에 조명되지 못한 을미의병의 장면 하나하나 세심하게 그려냈다. 양평 출신으로 소설 <잠을먹는꿈이>, <여울넘이>, <미끼> 등의 작품을 펴낸 윤찬모 작가의 책이다. 값 1만4천원.

박광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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