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보육대란, 정부 방관말고 수습 나서라

결국 우려했던대로 보육대란이 현실화됐다.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예산이 편성되지 않은 경기ㆍ서울 등에선 20일 지원금을 받지 못해 당장 유치원 교사 월급을 못주게 됐다. 유치원들은 그동안 시ㆍ도교육청에서 누리과정 지원금을 받아 교사 월급 등 운영비의 70∼80%를 충당해 왔는데 지원금이 내려오지 않음에 따라 도내 1천117곳 유치원이 인건비 지급이 중단될 위기다. 아이들 급식과 간식, 난방비 등도 걱정이다. 어린이집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지원금이 끊기면 유치원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어 유치원장들은 전전긍긍이다. 학부모들도 수십만원에 이르는 비용을 부담해야 할지 몰라 불안하기만 하다. 일부 유치원은 교사 월급을 주기 위해 교육청에 은행 차입 허가를 요구하고 학부모에게 원비 인상을 공지한 곳도 있다. 누리과정 예산 파동의 피해가 고스란히 유치원과 교사, 학부모, 아이들에게 전가되고 있다.

누리과정 예산 문제를 놓고 중앙정부ㆍ교육청ㆍ자치단체ㆍ지방의회 간 반목과 갈등이 아이들을 극한 상황으로 내몰고 있다. 당초 정부와 교육청의 다툼은 어린이집 보육비였다. 그런데 야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한 경기, 서울 등의 의회가 유치원 원아에게만 보육비를 지원하는 건 불공평하다는 논리를 앞세워 올해 유치원 예산을 ‘0’으로 만들어버렸다. 어린이집에 이어 유치원까지 정치싸움의 볼모가 된 것이다.

경기도는 남경필 지사가 준예산 상태에서 두 달치 어린이집 예산 910억원을 집행하겠다고 밝혔지만 야당 소속 일부 기초단체장이 반대해 이마저도 불투명한 상태다. 당장 급한 불부터 꺼야 한다는 여론이지만 지자체, 교육청, 의회 등은 저마다 정치적 입장만 고려한 채 아이들과 학부모, 교사들의 고통은 외면하고 있다. 서로 네 탓 공방 타령이다.

사태가 이 지경이 됐는데도 대통령과 중앙정부, 정치권은 나몰라라다. 20일 박근혜 대통령은 교육부와 보건복지부의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현안인 보육대란에 대해선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유치원은 교육부, 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 소관이다.

무상보육은 박 대통령이 ‘나라가 아이를 키우겠다’고 약속하며 시작한 정책이다. 후보와 당선인 시절부터 무상보육에 대한 국가의 역할을 강조했듯이 중앙정부가 책임있는 자세로 파국을 막을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 무리하게 교육청에만 떠넘겨 혼란을 초래하고 교육재정을 어렵게 해선 안된다.

우선은 책임 공방을 떠나 보육대란의 급한 불부터 꺼야 한다. 그리고는 정부와 정치권, 교육청, 지자체가 협의해 근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땜질식 지원은 매번 갈등만 부르게 된다. 이참에 누리과정 시스템을 전면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 이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하지 못한다면 출산율 1.21명에 불과한 초저출산국의 늪에서 나오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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