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는 여전히 시몬의 시대

삼성화재 그로저의 단일세트 서브에이스 기록, 나흘만에 갈아치워

프로배구 안산 OK저축은행 로버트랜디 시몬(29)은 역대 최고 외국인 선수로 꼽힌다.

 

시몬은 지난 시즌을 앞두고 OK저축은행과 2년 계약을 맺었다. 17세 때 쿠바 국가대표에 선발돼 2011년까지 대표팀에서 활약하고, 2010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베스트 블로커’ 상을 받은 그였다. 당연히 V리그 무대가 좁았다. 

시몬은 지난 시즌 센터와 라이트를 오가며 정규시즌 속공과 서브 부문 1위를 차지했다. OK저축은행도 시몬을 앞장세워 정규시즌 2위에 오른 데 이어 챔피언결정전에서 대전 삼성화재를 누르고 창단 첫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시몬이 한국땅을 밟기 전까지는 V리그는 삼성화재 외국인 선수 레오 천하였다. 레오는 2012-2013시즌 삼성화재 유니폼을 입은 뒤 두 시즌 연속 팀의 우승과 정규시즌,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를 싹쓸이했다. 

하지만 시몬 앞에서는 레오도 그저 평범한 외국인 선수일 뿐이었다.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 3차전에서 여러 차례 시몬의 블로킹 벽에 걸린 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던 레오의 모습은 아직 팬들 뇌리에 선명히 남아 있다.

 

그런 시몬에게 강력한 대항마 나타났다. 삼성화재의 새 외국인 선수 괴르기 그로저(32)다. 독일 국적의 그로저는 힘과 스피드가 강점인 라이트다. 야구로 치면 강속구 투수인 셈. 그는 신장 2m·체중 106㎏에서 나오는 강스파이크로 올 시즌 득점과 서브 부문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서브가 주무기인 그로저는 지난 17일 경북 구미 원정 경기에선 15개의 서브에이스를 성공시키며 역대 한 경기 최다 기록을 새로 썼다. 또 이날 1세트에서 서브에이스 6개를 기록해 단일 세트 최고 기록도 함께 세웠다.

 

하지만 시몬은 역시 ‘시몬’이었다. 시몬은 20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KB손해보험과 경기에서 서브에이스 11개를 포함한 25득점으로 팀의 3대0(28-26 25-15 25-18) 완승을 이끌었다. 특히 2세트에서는 세브에이스를 무려 7개나 기록해 그로저가 갖고 있던 단일 세트 최다 기록을 나흘 만에 갈아치웠다.

‘아직은 내가 최고다’라고 말하는듯한 몬스터급 활약이었다. OK저축은행도 시몬의 활약에 힘입어 17승8패 승점 53을 챙겨 인천 대한항공(17승8패·승점 52)을 2위로 끌어내리고 선두를 되찾았다.

 

조성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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