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상가 불안하다] 상. 안전불감증 여전

하루 20만명 이용 상가… 곳곳 화재 불씨

▲ 21일 오후 인천시 부평구 부평지하상가에 설치된 간이 소화기와 비상 손전등이 인근 매장의 진열 상품대와 판매의상들로 가려져 있다. 장용준기자
단일면적 최다 지하상가 점포수로 세계기록 인증을 받은 부평지하상가를 비롯해 인천지역 지하상가는 1일 평균 유동인구가 20만 명에 달한다. 

특히 이미 국내·외적으로도 유명세를 타 외국인 관광객이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 공항과 인접한 지하도 상가를 관광 코스로 삼는 등 그 인기는 날로 높아지고 있다. 

더욱이 최근 영하의 한파가 지속, 쇼핑이나 관광 목적 외에도 추위를 피해 지하상가로 이동하는 시민이 늘면서 유동인구는 한시적이나마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이용객은 물론, 상인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을 보장해주는 소방 등 안전설비에 대해 상인들이 무관심, 이곳을 이용하는 이용객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본보는 3차례에 걸쳐 안전 불감증이 만연한 지하상가의 실태를 살펴보고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 대안 등을 제시한다. 편집자 주

21일 오전 11시 10분께 인천시 부평구 부평역 지하상가 5번 출입구는 평일 오전 시간임에도 줄을 서 에스컬레이터를 타야 할 만큼 인파로 붐볐다.

절기상 대한인 이날 영하로 내려간 날씨 탓에 인적없이 휑한 부평역 광장과 달리 지하상가에는 추위를 피해 지하로 내려간 시민과 쇼핑을 위해 모여든 이용객들로 가득했다.

날씨가 추운데다 방학기간을 맞아 지하상가에는 부모와 함께 쇼핑을 나온 초등학생부터 친구와 만나고자 나온 고등학생, 대학생, 중국인 관광객까지 말 그대로 시장통을 연상케 했다.

 

하지만, 하루 평균 이용객 20만 명이 넘는 부평지하상가는 안전 불감증이 만연해 있음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안전 설비에 대한 관리가 소홀했다. 한 의류점포 인근에 설치된 소화전은 전시된 옷에 가려 ‘소화’ 두 글자만 겨우 보일 뿐, 접근이 어려웠다.

 

지하상가 내 곳곳에 설치된 간이소화기와 비상 시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비치된 손전등, 비상안내도는 각 매장의 전시물에 가려 모습을 보기조차 어려웠다. 특히 화재가 발생했을 때 불이 더 번지지 않게 하고 이용객의 피난로를 확보해주는 방화셔터 또한 전시물과 적치물로 무용지물인 상태다.

 

비슷한 시각 남구 주안역 지하도상가와 동인천지하상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최소한의 안전을 위한 설비들이 전시물이나 적치물에 가려 비상사태가 발생했을 때 접근성이 현저히 떨어졌다.

 

부평소방서 한 관계자는 “최근 불시점검 때 상당수 점포에서 크고 작은 위반사항이 발견돼 즉시 시정토록 조치했다”며 “경각심을 심어주기 위해 위반 정도가 심한 2개 업소에 대해서는 경고조치했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지만, 지하상가 상인회를 비롯해 상인들은 오히려 책임을 공무원 등에 돌리며 대수롭지 않다는 입장이다. 

A 지하상가 상인회 한 관계자는 “소방안전설비 앞에 적치물 금지를 알리는 표지판을 다는 등 노력하고 있지만, 협조가 안 되는 점포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단속권을 가진 소방관 등 공무원이 할 일을 상인회나 상인에 미루는 것은 직무유기다”고 말했다.

박정순·이인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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