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을 잃고 깜깜한 바닷속을 헤매던 안산 단원고 학생들의 교복과 가방 등 유류품(유품)이 646일 만에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왔다.
21일 낮 12시30분께 전남 진도에서 ‘흩어진 기억들을 진실의 품으로’라고 쓰인 현수막이 달린 5t 트럭이 약 6시간 만에 안산 합동분향소에 도착했다. 트럭 안에는 아이들의 숨결이 고스란히 담긴 250박스 분량의 유류품이 담겨있었다.
분향소에 먼저 와 기다리고 있던 4·16 가족협의회, 416 기억저장소, 자원봉사자 등은 학생들의 유류품을 추려 분향소 안으로 옮겼다. 사고가 없었더라면 이미 지난 2014년 4월18일 집으로 돌아와 제자리를 찾았을 유류품은 허망하게도 목숨을 잃은 주인의 영정 앞에 자리했다.
곧이어 추모식이 시작됐고 분향소 안은 울음바다로 변했다. 자녀의 가방을 알아본 한 부모는 가방을 끌어안고 목놓아 아이의 이름을 불렀다. 곳곳에서 학생들의 유류품을 보고 오열해 주변을 안타깝게 했다.
416 기억저장소는 지난 5일 전수조사를 통해 유류품의 사진촬영 및 목록작성을 마쳤고, 조만간 세탁·세척을 거쳐 온·오프라인에 공개할 계획이다. 그 전까지는 분향소 좌측에 마련된 가로 3m, 세로 12m 크기의 컨테이너 임시 보관소에 유류품을 보관하기로 했다.
권용찬 416 기억저장소 기록팀장은 “유류품을 종류별로 분류하고, 목록화해야 한다. 사진을 붙이고 설명도 곁들이는 일도 필요하다”며 “더욱이 아직 유류품에 바닷내음, 펄 냄새, 기름냄새 등이 뒤섞여 있어 모두 세탁·세척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유류품 중에는 교복이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세월호 참사 전날인 2014년 4월15일, 학생들은 오전 수업을 마친 뒤 인천항으로 이동해 대부분이 교복을 입고 있거나 가방에 담아뒀기 때문이다.
정성욱 4·16 가족협의회 인양분과장은 “646일 만이다. 늦어도 너무 늦었다”며 “그러나 여전히 유류품을 찾지 못해 아파하는 가족들이 있고, 아직도 뱃속에는 아이들의 유류품이 남아있다”고 전했다.
안산=구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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