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종교] 천민자본주의

우리 인간이 사는 세상엔 여러 가지가 필요하겠지만 특히 자본주의 사회에선 무엇보다도 절대적 가치를 지닌 재물이 가장 중요한 몫을 차지합니다. 그런데 곰곰 생각해보면 이 재물이 인간이 추구하는 행복이란 개념과 정비례하는 것에 대해서는 쉽게 수긍하지를 못합니다.

 

독일의 유명한 사상가이면서 경제학자인 막스 베버(Max Weber)가 천민자본주의(pariah capitalism)를 언급하면서 인류가 추구하는 진정한 행복관 하곤 거리가 먼 무서운 악습이 도사리고 있음을 지적합니다. 이에 대한 강력한 뒷받침은 소련 통치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하다가 추방되어 자유의 땅 미국으로 망명을 하게 된 1970년대에 노벨문학상까지 수상했던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에 의해서입니다.

미국 사회가 물질에 의해 퇴폐되어 가는 현상을 직시하면서 천민자본주의가 만연되어 있음을 지적합니다. 자본주의가 국민을 행복하게 할 줄 알았지만 실제론 비합리적이고 퇴폐적인 사회 환경을 만들어 가는 데 앞장서고 있음을 보게 됩니다.

 

그런데 이런 미국의 천민자본주의의 독소가 우리나라를 비롯한 많은 중소국가들을 더 무섭게 병들게 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우리나라의 기업이요, 사회풍토입니다. 대부분의 우리 기업주들이나 자녀들이 미국에서 학업을 하면서 우리 국가관과 인간이 갖춰야 할 기본 윤리도덕이 무엇인지 조차 모르고 회사운영 방법만 익히다 옵니다. 

즉 인간 됨됨이가 없다보니 그것이 사회에 어떤 피해를 주는지 조차 모릅니다. 미국식으로 기업을 경영한다고 하지만 미국의 가장 취약하고 비합리적인 방법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얼마 전 1천만 관객을 모은 ‘베테랑’이란 영화의 줄거리가 우리나라의 기업행태입니다. 미국에서도 가장 치사한 방법인 천민자본주의적 방법을 우리나라 기업들이 사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또한 미국에선 쓰레기 문화라고 말하고 있는 절대 사용되어서는 안 되는 정치 풍토도 만들어 갑니다. 이것이 바로 관객 700만을 동원한 ‘내부자들’이란 영화에서 잘 묘사되고 있습니다.

 

이런 정신으로 나라를 이끌어 가다보니 부정부패라는 무서운 독소를 ‘손때 묻은 유능이 나은가? 청렴결백한 무능이 나은가?’라고 얼버무리면서 슬그머니 면죄부를 주는 사회가 되었습니다. 이름하여 사업가들의 사기를 꺾지 말라는 것입니다. 이보다 한층 우리를 화나게 하는 것은 갑질이란 무서운 사업 행태입니다. 이 갑질의 행태는 우리 사회의 작은 구석까지 만연되어 있음을 실감합니다.

 

여기에 현재 방영되고 있는 TV 드라마 ‘리멤버(아들의 전쟁)’를 보면 이런 무서운 사건들이 현실적으로 우리에게 다가서고 있음을 실감하게 됩니다. 며칠 전 우리는 양심의 정신적 지도자 신영복교수를 잃었습니다. 사회를 향한 조용한 외침의 마지막 유작이 된 경기도의회 현판의 ‘사람 중심 민생중심의 의회’란 글을 우리 정치인들에게 선물로 주었습니다.

 

이렇듯 우리 침묵의 대중은 물질보다 더 행복한 정서적 뭔가가 있음을 놓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비록 천민적 자본주의 환경에서 시달림을 받는다 해도 결코 우리 침묵의 대중은 휘둘리지 않으려고 힘을 모으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또 천민적 자본주의를 부추기는 나라의 일꾼들을 뽑기 위해 오는 4월 투표장에 가서 희망 없는 줄을 서겠지만 우리 국민은 진정한 행복을 향한 큰 꿈을 놓치지는 않을 것입니다.

 

최재용 천주교수원교구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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