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서해대교 곳곳이 기울고, 뜯기고, 새고 있다

서해대교는 대한민국 교량 건설의 상징이다. 한반도의 서부와 남부를 잇는 산업 대동맥이다. 그런 서해대교가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국가적 재앙이다. 앞으로 50년, 100년을 당당히 버티고 서 산업발전의 중심 역할을 해내야 한다. 본보가 서해대교 안전 문제를 집중 보도하는 것도 그런 바램에서다. 혹시라도 있을 수 있는 대형 안전사고의 위험을 미리 방지하자는 데 목적이 있다.

그런데 걱정이다. 부실 또는 위험 조짐이 너무 많이 발견된다. 기초를 감싸고 있는 PC 하우스 곳곳에 크랙이 가 있고 녹물이 배어나고 있다. T자 모양의 PC 하우스와 PC 기둥 사이에 틈이다. 육안으로도 2~3㎝ 벌어진 틈새가 확인된다. PC 하우스 하부가 뜯겨나가는 박리현상도 나타난다. 상판을 지탱하는 케이블 연결부위도 문제다. 충격 완화 장치인 댐퍼에서 흘러나와선 안 될 기름이 목격됐다. 전체 104개 댐퍼 가운데 56개가 이렇다.

확인된 문제점들은 바닷물과 장기간 접촉하면서 생기는 자연 현상이 아니다. PC 하우스의 이격과 박리 현상은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될 문제다. 댐퍼의 누유 현상은 준공 1년 뒤인 2001년부터 지금까지 진행되고 있다. 교량 설계 단계부터 문제가 있었거나 공사 과정에서 부실이 있었음을 짐작케 한다.

도로공사의 태도가 답답하다. 덮어두기에만 급급하다. PC 문제는 “균열이 생겨도 당장 구조적인 문제라 볼 수 없다”고 설명한다. 댐퍼 문제는 “수시로 체크 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한 마디로 ‘무너지지 않을 테니 걱정 말라’는 태도다. 전문가들의 우려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기둥 침하 등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으로 구조상 심각한 문제”라는 것이 공통된 진단이다.

본보 취재가 진행되면서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일도 확인됐다. 공개적인 설명과 다른 도로공사의 이중 조치다. PC 하우스 보수 공사에 3억원의 예산을 요청해놓고 있다. 댐퍼 누유 현상에 대해서는 보수 또는 교체 비용으로 2015년에만 20억원을 썼고, 올해도 6억원을 쓸 예정이다. 문제가 없다면서 뒤로는 수억, 수십억짜리 보수 공사를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면 안 된다. 총체적 안전 점검을 벌이고, 그 결과를 국민에 공개하고, 제대로 된 보수를 시작해야 한다. 생각하기도 끔찍한 성수대교 붕괴 사건, 그 작은 시작도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는 자만심과 ‘쓸데없는 걱정’이라던 무관심이었다. 대낮에 떨어진 낙뢰에 케이블이 끊겨 나갔던 게 바로 엊그제 일이다. 0.1%의 가능성도 없다던 사고였다. 전문가들은 지금 그보다 훨씬 높은 확률의 위험 신호를 서해대교에 보내고 있다. 심각하게 듣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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