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논단] 물이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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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참 빨리 변한다. 사람들의 옷차림과 헤어스타일, 통신기기의 크기, 길거리의 자동차와 같이 10년, 20년 전의 사진을 보면 한눈에 요즘 사진이 아니란 걸 알게 해주는 것들이 많다. 

우리 삶의 변화가 여러 물질적인 것으로 분명히 드러나고 생활양상이나 언어와 같은 문화적인 것으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의료분야에서도 많은 변화가 일어난다.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질환이나 치료법, 수술법들이 바뀌고 새로운 병명이나 클리닉이 생겨나기도 한다. 전에 없던 증후군들이 나타나고 때로는 없어지기도 한다.

 

임상의로서 그러한 변화 중 가장 크게 느껴지는 것 중 하나가 물의 부족, 즉 건조함의 증가다. 병을 일으킬 수 있는 여러 병리적인 문제가 많은데 그중에서 건조함으로 인해 발생하는 질환의 패턴이 현저하게 증가하고 있다.

그동안 본인이 이비인후과 질환을 자주 봐온 것도 이유가 될 수 있겠으나 여타 다른 질환군의 경우에도 수분 부족의 문제는 증가하는 것 같다.

특히 피부와 호흡기는 건조한 공기에 노출되면 그 증상의 발현이 더 쉬워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수분의 부족은 크게 세 가지의 원인으로 야기된다. 수분 섭취의 부족, 수분 분배의 문제, 그리고 과도한 수분의 소모로 인해 만성적인 부족상태가 지속이 된다.

 

섭취의 부족은 말 그대로 물을 제대로 마시지 않는 경우인데, 차나 커피 혹은 여러 음료수를 즐겨 오히려 물의 공급을 방해한다. 미네랄이 풍부한 물을 마시는 것이 의외로 질환의 치료와 증상개선에 큰 도움을 주는 것은 임상적으로 확인이 되고 있다.

 

의학적으로 더 중요한 것은 분배와 소모의 문제이다. 물을 많이 마신다고 해도 수분이 부족한 조직에 제대로 공급이 되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실제로 팔다리와 얼굴에는 부종이 계속되면서도 피부나 호흡기 혹은 안구에는 건조한 증상이 나타나는 분들이 많다.

불필요하게 정체된 수분은 해결하지 못하고 정작 필요한 조직에는 공급하지 못하는 불균형으로 인해 여러 증상이 함께 나타나게 된다. 성대 결절이나 천식, 안구건조증 등 여러 질환군에서 부종이 함께 보이면 반드시 수분 대사를 개선해야만 효과적인 치료와 재발방지를 기대할 수 있다. 

만성적인 피로와 수면부족, 수분 대사를 혼란시키는 식생활 등 기본적인 몸의 기능을 떨어뜨리는 많은 이유들이 물을 적재적소에 공급하지 못하게 한다. 반대로 말하자면 수분을 원활하게 공급하게 만들면 기본적인 몸의 상태를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다.

 

물은 우리의 몸이 기능 하는 대부분에 필요하다. 오장육부의 기본적인 기능은 물론 알콜을 분해하거나 노폐물을 배출하는 데에 필수적이고 지방을 분해할 때에도 많은 양의 물이 사용된다. 계속되는 스트레스와 음주, 흡연, 다이어트, 수면부족 등 현대인과 관련된 수많은 키워드는 사실 물을 필요로 하고 또 상당히 많은 양의 물을 소모하는 것들이다.

 

이러한 물 부족이 지속되면 작은 요인이 하나만 더해져도 각종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눈이 건조하고 뻑뻑하다든가 코 안이 건조하고 악취가 나기도 하며 입이 늘 마르고 입병이 자주 발생한다.

 

목이 건조하고 목소리가 쉽게 잠기며 감기가 잦고 기침이 잘 그치질 않는다. 소화가 잘 안 되고 속이 쓰리며 신물이 잘 올라오고 목에 늘 뭔가가 걸려 있는 것 같다.

이러한 증상들이 가볍게 왔다가 며칠 안에 해결되면 별문제가 아니지만 반복되거나 지속적이라면 전체적인 물의 상태, 즉 수분 대사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증상이 심해지거나 다른 질환으로 발전하면 치료와 수분 대사 개선을 위해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건조한 겨울, 물부족의 증상이 쉽게 나빠지기도 하지만 그만큼 원인을 파악하기엔 좋은 계절이기도 하다.

 

이재수 다올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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