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치려 위장결혼까지… 줄줄 새는 국민주택기금

71억대 전세자금 대출 사기 조폭 낀 사기단 무더기 적발

서민의 주거안정을 위해 국가에서 지원하는 주택도시기금(옛 국민주택기금) 수십억원을 부당 대출받아 가로챈 조직폭력배 등 100여명이 무더기로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까다로운 대출심사를 피하고자 일면식도 없는 10대 후반, 20대 초반의 남녀를 위장결혼까지 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사기 등의 혐의로 4개 사기조직 총책 H씨(39) 등 12명을 구속했다. 또 C씨(39) 등 서류상 임차인과 임대인, 브로커 K씨(34) 등 124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전세보증금의 70%까지 연 2~3%의 저리로 대출해주는 제도를 악용, 71억원 상당을 대출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지난 2013년부터 최근까지 인천과 안양, 천안, 광주 등에 사무실을 차리고 허위 임대차 계약서를 작성, 대출신청자가 주택소유자와 전세 계약한 것처럼 속여 국민주택기금 수탁은행에서 전세자금 71억원을 대출받아 가로챈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돈이 필요하지만, 대출자격이나 상환능력이 없는 임차인과 임대인을 모집하고서 이들의 대출조건을 맞추고자 유령회사를 설립해 재직증명서 등을 위조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나이가 어린 임차인들에 대해서는 심사과정에서 허위 전세대출로 의심받을 것을 우려, 일면식도 없는 사람과 위장결혼을 시켜 대출을 받게 했다.

대출받은 전세자금은 총책 등이 수수료 명목으로 대출금의 30∼35%를 챙겼고 서류상 임차인과 브로커가 40∼45%를 가져갔다. 대출금이 입금되는 통장 소유주인 임대인은 25∼30%를 챙겼다.

 

전남 광주 S파 폭력배 조직원인 N씨 등은 8번에 걸쳐 같은 명의의 아파트 한 채로 은행 2곳에서 대출받기도 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시중은행이 대출금 반환에 문제가 생겨도 한국주택금융공사가 보증한다는 이유로 형식적으로 심사하고, 1년간 이자가 납부되면 대출금을 갚지 않아도 수사기관에 고발하지 않는 등 방만한 운영을 했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총책 등은 ‘1년간 이자를 갚고 파산 신청하면 채무가 소멸한다’며 임차인과 임대인을 모집했으나 불법행위에 대한 채무는 면책사유가 안 돼 대출금 수천만원은 고스란히 임차인에게 돌아간다”고 말했다. 

안영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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