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폭발물 의심 소동, 국민 불안 너무 키웠다

인천국제공항 화장실에 폭발물 의심 물체를 설치했던 용의자가 붙잡혔다. 36세 한국인으로 대학원을 나온 음악 전공자다. 범인은 경찰에서 “집에서 부탄가스 등을 이용해 폭발물 의심 물체를 만들었고 인천공항 화장실에 설치했다”고 시인했다. “평소 사회에 불만을 품고 있었다”고도 진술했다. 4일 오후 현재까지 밝혀진 상황은 ‘한국인이 사회 불만을 표출하기 위해 가짜 폭발물을 설치해 주목을 끌었던 사건’으로 정리된다.

범죄 발생 6일만에 범인을 검거한 것은 다행이다. 수사 장기화에 따른 국민 불안 가중을 덜어낼 수 있게 됐다. 혹시 모를 테러조직과의 연계에 대해서 계속 수사하겠다고 경찰은 밝혔다. 한 점 의혹 없이 진상을 밝히겠다는 의지도 높이 평가할만하다. 만시지탄이지만 다행이다. 하지만, 지난 6일간 국민을 불안케 했던 ‘과잉 공포 조장’에 대해선 짚고 가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폭발물 의심 물체가 처음 발견된 것은 지난달 29일이다. 인천국제공항 1층 남자 화장실에서 쇼핑백에 담긴 의심 물체가 신고됐다. 경찰이 출동해 확인한 결과 화과자 상자 겉 부분에 부탄가스 1개, 라이터용 가스통 1개, 500㎖ 생수통 1개가 테이프로 묶여 있었다. 브로콜리, 양배추, 바나나 껍질도 있었고 메모지도 발견됐다. 아랍어로 ‘이것이 마지막 경고다. 알라가 알라를 처벌한다’고 쓰여 있었다. 경찰이 테러 가능성을 언급했다.

나라가 발칵 뒤집혔다. 언론은 매시간 속보를 내보냈다. 경찰 특공대와 무장한 폭발물 처리반이 긴박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반복해 보도됐다. 경찰도 ‘테러 조직에 의한 범행 가능성을 두고 조사 중’이라며 긴장감을 높였다. 이틀 뒤 한 방송사가 ‘테러가 아닌 것 같다’는 의견을 냈지만, 테러 공포 확산은 계속됐다. 때마침 필리핀인 밀입국 보도까지 겹쳤다. 인천국제공항은 한순간에 ‘테러 위험이 도사리는’ 불안한 공항으로 전락했다.

분명 지나쳤다. 조잡한 내용물에 비하면 과한 공포였다. 국민을 공포로 몰아넣을 사건은 아니었다. 돌아보면 이번만이 아니다. 외국에서 이슬람 테러가 발생할 때마다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불안감이 조장된다. 이러다 보니 일각에서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공포심을 확대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나온다. 정부 여당이 통과시키려는 테러방지법을 위해 여론을 조성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다. 있어선 안 되고 사실이 아닐 것이라 믿는다.

국민이 행복한 나라는 테러를 국가가 막아주고 국민이 편안한 나라다. 국민이 불행한 나라는 국가가 테러 공포를 부풀리고 국민이 그 공포에 벌벌 떠는 나라다. 대(對)테러 긴장감을 놓으라는 얘기가 아니다. 도를 넘는 불안감 조장으로 국민을 무섭게 하지는 말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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