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설은 주말을 끼고 있지만, 대체휴가가 붙어 공식적인 휴일만 5일이다. 그만큼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도 길다. 때문에 극장가 역시 가족과 함께 볼 수 있는 가족영화들이 많다. 차례상을 물린 뒤 마땅히 갈 곳이 없거나 할 일이 없다면, 가족과 함께 가까운 극장으로 가는 것도 좋다.
또, 굳이 가족이 아니어도 좋다. 오랜 만에 만나는 친구나, 연인, 동료라도 괜찮다. 누군가와 함께 있다면 좋을 설날이다. 대상별로 추천하는 설날 영화를 정리했다. 편집자주
가족 모두와 함께
오빠생각·로봇 소리
그야말로 착한영화다. 영화 <오빠생각>은 한국 전쟁 당시 실존했던 어린이 합창단을 모티브로, 모든 것을 잃어버린 전쟁터에서 어린이들의 노랫소리를 통한 작은 평화를 그린 작품이다.
한상렬(임시완 分)은 전쟁으로 인해 가족과 동료를 모두 잃고 부산에 있는 부대로 전출 명령을 받는다. 그곳에서 한상렬은 박주미(고아성 分)와 함께 전쟁 고아들을 모아 어린이 합창단을 만든다. 그리고 이들은 척박한 전쟁터를 돌아다니며 위문 공연을 통해 작은 희망과 웃음을 선사한다.
<로봇, 소리>도 추천한다. 한국영화에 보기드문 SF 판타지 영화다. 인공위성에 부착된 도청 로봇이 인공지능을 갖게 돼 자신의 임무를 거부하고 한반도에 불시착하게 된다는 설정과 실종된 딸을 찾기 위해 10년 째 전국을 돌아다니는 주인공 해관(이성민)의 이야기가 결합됐다.
해관은 우연히 마주한 로봇이 음성만으로 전화번호를 인식하고 위치까지 파악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소리’란 이름을 지어주고 딸을 찾는 여정에 동참시킨다.
친구와 웰메이드작품
레버넌트·빅쇼트
친구와 함께라면 영화 <레버넌트 : 죽음에서 돌아온 자>를 추천한다. <레버넌트>는 아직 개척되지 않은 19세기 미국 서부의 사냥꾼 휴 글래스(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分)가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동료 존 피츠제럴드(톰 하디 分)에게 버려진 후, 자신을 배신한 동료에게 처절한 복수를 결심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휴 글래스의 실화를 영화화 한 작품으로, 실제 휴 글래스가 회색 곰에게 습격당한 자신을 버리고 간 동료들에게 복수하겠다는 일념으로 4천㎞가 넘는 기나긴 여정 끝에 생존했던 실화를 영화화했다.
<레버넌트> 속 휴 글래스의 여정은 처절하다 못해 경건할 지경이다. 살아 있는 채로 땅에 묻힐 뻔하고, 동료들의 배신 속에서도 아들을 죽인 이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힘겨운 여정을 떠난다. 부상 때문에 걸을 수조차 없어 땅을 기어 전진하고, 먹을 것이 없어 동물의 사체에서 골수를 빼 먹으면서도 앞으로 또 앞으로 나아간다.
CG로 만들어진 곰에서 습격을 받는 휴 글래스의 모습은 너무 생생해 눈을 올리게 될 정도다. 원 테이크로 촬영된 이 장면만으로도 할리우드의 기술력과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연기,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의 연출력을 한꺼번에 느낄 수 있다.
영화 <빅쇼트>는 ‘돈’의 스펙트럼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빅쇼트>는 20조의 판돈, 세계 경제를 걸고 은행을 상대로 한 도박으로 월스트리트를 물 먹인 4명의 괴짜 천재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크리스찬 베일, 스티브 카렐, 라이언 고슬링, 브래드 피트 등 할리우드 최고의 스타들이 총출동해 실존 인물들과의 놀라운 싱크로율을 선보인다.
또한 ‘머니볼’, ‘블라인드 사이드’의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마이클 루이스의 논픽션 ‘빅숏’을 원작으로 완벽한 스토리 라인을 완성했다.
<빅쇼트>는 세계 경제를 뒤흔든 역사상 최악의 금융재앙사태에서 경제 위기를 미리 예견해 어마어마한 수익을 거두며 월스트리트를 물 먹인 4명의 괴짜 천재들의 한판 승부를 다룬 작품이다. 소재가 소재인 만큼, 만약 영화가 진지하게 흘러갔다면 다큐멘터리처럼 지루했을터. 하지만 <빅쇼트>는 마치 숨을 거칠게 내쉬며 달리는 마라톤처럼 앞만 보고 직진한다. 이들이 탐욕에 물든 은행을 상대로 어떻게 20조원이란 천문학적인돈을 벌어들일 수 있었는지, 금융시장이 서서히 붕괴되어가는 모습을 실랄하고 날카로운 시각에서 담아냈다.
연인과 나누는 추억
검사외전·그날의 분위기
<검사외전>은 연인과 함께보면 좋은 영화지만, 주의가 요구되는 영화다. 역대급 비주얼 버디무비기 때문이다. <국제시장>, <베테랑>의 천만 배우 황정민과 충무로 대표 꽃미남 강동원의 주연작이다.
이 영화는 전반부는 황정민, 후반부는 강동원이 이끈다. 그리고 총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초반에는 변재욱이 누명을 쓰고 감독에 들어가기까지의 과정, 중반부에는 한치원의 원맨쇼라고도 말할 수 있는 사건을 해결해가는 과정, 후반부에는 변재욱이 자신의 누명을 벗기 위해 벌이는 법정신이 펼쳐진다.
무엇보다 이 영화의 장점은 황정민과 강동원의 완벽한 호흡이다. 초반부 황정민이 <검사외전>을 홀로 이끌어 나간다면 후반부에서는 강동원이 이 바통을 이어 받는다. 완성도가 살짝 아쉽지만, 설 연휴 킬링타임 영화로서는 제격이다.
<그날의 분위기>도 추천작이다. <그날의 분위기>는 KTX에서 우연히 처음 만난 ‘안 하는 거 참 많은’ 철벽녀 수정(문채원 分)과 ‘맘만 먹으면 다 되는’ 맹공남 재현(유연석 分), 그들이 하룻밤을 걸고 벌이는 밀당 연애담을 그린 로맨틱 코미디 영화다.
일을 위해 부산행 KTX에 탑승한 수정과 재현은 우연히 옆 자리에 앉게 된다. 이후 두 사람의 연애담이 시작된다. 재현이 처음 본 수정에게 “저 오늘 웬만하면 그쪽이랑 자려구요”라고 말한 것. 수정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상상할 법한 반응을 내놓지만, 별 이상한 사람 보듯 재현을 훑어보지만, 어쩔 수 없이 일 때문에 그와 동행하게 된다.
유연석과 문채원의 달달하면서도 발칙한 러브 스토리가 연애세포를 깨우기 좋다. 막 사랑을 시작하는 연인이나, 한창 사랑이 무르익은 연인들도 같이 영화를 보며 웃고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곳곳에 숨어있는 설렘 포인트와 상상으로 그쳤던 신선한 소재가 연애 세포를 자극하기에 딱 좋다.
쿵푸팬더3·앨빈과 슈퍼밴드
역시 설날에는 애니메이션이 제격이다. 명절 개봉영화의 주류(?) 장르이기도 하다.
대표작은 5년만에 속편으로 돌아온 <쿵푸팬더3>다. <쿵푸팬더3>는 독특한 캐릭터와 유머, 액션을 장기로 하는 전작들의 장점은 충실하게 살려내면서, 새로운 캐릭터와 더욱 진화한 액션으로 모범적인 속편의 정석을 보여준다.
얼결에 ‘용의 전사’가 되었던 팬더 포(잭 블랙 分)는 이제 당당한 ‘용의 전사’로 뛰어난 실력을 보여주고 있으며, 마스터 시푸(더스틴 호프먼 分)는 그런 포에게 타이그리스(안젤리나 졸리 分) 등 5인방의 교육을 맡을 사부의 임부를 부여한다.
하지만 포는 사부로서 낙제점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주고, 그런 그들의 앞에 저승세계에서 역대 마스터들의 영혼과 능력을 강탈하고 현세로 돌아온 악당 카이(J.K.시몬스 分)가 나타난다. 이에 포는 자신의 능력으로는 도저히 이길 수 없는 카이에게 맞서기 위해 팬더마을을 찾아 팬더들만이 가지고 있다는 기(氣)의 비법을 전수받으려고 한다.
<쿵푸팬더> 시리즈의 장점이라면 고결한 무공과는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식탐 많은 뚱보 팬더 포가 보여주는 놀라운 무공과 호랑이(타이그리스), 원숭이 몽키(성룡 分), 두루미 크레인 (데이빗 크로스 分), 뱀 바이퍼(루시 류 分), 사마귀 맨티스(세스 로건 分) 등 다양한 동물들이 그들의 특성에 맞게 보여주는 다양한 무술 등 액션이 주는 재미다.
흥부자 다람쥐 3형제 역시 5년 만에 돌아왔다. <앨빈과 슈퍼밴드:악동 어드벤처>다. 이는 2007년, 2009년, 2011년 나온 <앨빈과 슈퍼밴드> 시리즈의 4편. 전세계에서 11억4천만 달러를 짭짤히 벌어들인 흥행 시리즈. 국내에서는 매번 꾸준히 60만 명 안팎의 관객을 모으며 사랑받았다.
1편에서 다람쥐 밴드의 성공기를 2편에서 사고뭉치들의 학교생활을, 3편에서 무인도 서바이벌을 그렸다면 돌아온 4편은 ‘새로운 가족 만들기’를 주제로 삼은 여행기가 펼쳐진다.
실사영화와 3D 캐릭터를 결합시킨 콘셉트에 어린이에게 눈높이를 맞춘 가족 영화로 입지를 굳혀 온 <앨빈과 슈퍼밴드>답게 영화는 4편까지 이어오며 확고하게 자리잡은 흥행 코드를 충실히 이어간다.
박광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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