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마을공동체에서 ‘행복 찾기’

히라카와 가쓰미 ‘고양이 마을로 돌아가다’
경쟁·탐욕이 지배하는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인간성 회복’ 대안 제시

“근대사회는 ‘국민국가’라는 구상과 ‘주식회사’라는 구상을 전제로 발전했다.

이 두 가지 체계를 근간으로 구축된 다양한 제도는 ‘모든 경제는 성장하고 문명은 도시화를 향해 발전한다’는 믿음을 공유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 (중략) … 예를 들어 현재 1,000원은 1년 뒤 1,100원이 된다는 전제를 염두에 두고 제도가 설계된 것이다. 경제 성장은 근대 국민국가 성립 이후에 생긴 조건으로 누구도 경제가 성장을 멈추는 시대가 오리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기승전 경제’의 사회다. 정치, 사회, 문화, 안보할 것 없이 ‘경제’라는 표제어 속 ‘성장’이라는 명제로 수렴된다. 산업화를 거쳐 지금의 한국경제의 외형을 구축해온 시간까지 경제성장의 담론은 효과적이고 강력하게 한국사회를 주조했다. 경제가 모든 분야를 지배하고 주식회사가 경제를 견인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성장은 절체절명의 과제이지만, 상품은 넘쳐나고, 시장은 포화되어 더는 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

 

<골목길에서 자본주의의 대안을 찾다>의 저자 히라카와 가쓰미는 신작 <고양이 마을로 돌아가다>(이숲 刊)에서 자본주의와 주식회사 체계의 본질을 날카롭게 파헤치고, 경쟁과 탐욕이 지배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도 인간성을 잃지 않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한다.

 

특히 보수 우익 정권이 집권한 현재 일본 사회를 타산지석으로 우리 현실을 객관적인 시선으로 들여다볼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도 이 책의 매력이 있다. 영속할 줄 알았던 경제 성장의 신화가 무너지자 암울하고 불길한 효과가 사회 전반에 독버섯처럼 퍼지고 있다.

 

저자 가쓰미는 사회비평가로서 자본주의 본질을 자본과 경영이 분리된 주식회사 체계의 작동 방식에서 찾는다. 주주의 주머니를 계속해서 불려줘야만 존속할 수 있는 주식회사의 운명이 바로 이 ‘불가능한 성장을 가능하게 해야만 하는’ 자본주의의 모순을 설명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저자는 이 같은 자본주의의 대안으로 ‘인간성’ 회복을 제시한다. 전작 <골목길에서 자본주의의 대안을 찾다>와 비슷한 맥락이다. 저자는 번잡하고 소란한 도쿄 중심가에 있던 현대식 사무실을 떠나 조금 후미진 동네로 이사한다. 그곳에는 작은 가게들과 골목길이 여전히 남아 있고, 주민은 서로 인사하고 왕래하며, 길고양이들이 한가롭게 돌아다닌다.

 

저자는 동네 상인이 만든 음식을 먹고, 마을 장인이 만든 옷을 입고, 지역 수공업자들이 만든 물건을 쓴다. 길고양이들에게 이름을 붙여주고, 그들과 대화하고, 몸이 부실한 유기견을 입양해 노심초사하며 기른다.

 

저자는 인간이 사물과 맺는 이런 관계가 대량 생산, 대량 소비, 대량 폐기 경제의 악순환에서 벗어나는 길이라고 말한다.

 

고전 경제학자들이 말한 ‘정상 상태’란 생활필수품이 충족돼 더는 경제를 발전시킬 필요가 없는 상황으로, 이런 상태가 되면 이전에 욕구 충족과 생활의 편의에 사용하던 자원을 삶의 풍요와 정신적 충족을 위해 사용하는 획기적인 전환이 이루어질 수 있는데, 지금이 바로 이런 전환이 필요한 시기임을 역설한다. 궁극적 해답이 아니라도, 우리사회에 꼭 필요한 요소다. 값 1만3천원 

박광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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