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슬고슬 밥에 정갈한 반찬… 식판가득 ‘사랑’
텔레비전을 켜면 공중파든, 케이블이든 음식 프로그램이 빠지질 않는다. 그 중에서도 단연 인기를 끌며 사회적 화두로 자리잡은 것은 바로 ‘집밥’이다.
집에서 누구나 쉽게 해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 왜 이렇게 인기가 많은 걸까. 자취를 하는 학생들, 매일매일 일에 파묻혀 시간에 쫓기며 사는 직장인들에게 집밥은 ‘로망’ 그 자체다. 어머니가 해주시는 따뜻한 쌀밥과 국만 떠올려도 행복해진다.
그 로망을 건드렸기 때문이 아닐까 자문해본다. 어머니의 집밥이 그리운 시절이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일주일에 5일은 그 옛날 어머니의 손맛으로 손수 지은 쌀밥과 따뜻한 국, 정성스레 만든 밑반찬으로 오갈 때 없는 노숙인과 홀몸 노인들에게 집밥을 차려드리는 사람들이 있다.
수원 만석공원 야외음악당 앞에 자리한 ‘녹색복지회(회장 이지현)’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지난해 말까지 이곳 무료급식소를 찾은 이들만 52만8천여명에 달한다. 120명에 달하는 자원봉사자들이 순번을 정해 매일 아침 급식소에 나와 신선한 재료로 반찬을 만들고, 국을 끓인다. 윤기 넘치는 쌀밥이 지어질 무렵부터 급식소 앞마당은 장사진을 이룬다.
150여명의 어르신들과 노숙인들이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차례로 줄을 서 기다린다. 배식이 시작되고 정성과 사랑이 듬뿍 담긴 식판을 건네받은 노인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나질 않는다.
이들은 음식 준비부터 배식, 설겆이 등 궂은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급식을 마치면 어르신들의 말벗으로 변신해 때로는 손주처럼, 동생처럼, 자식처럼 노인들을 보살피며 나눔을 몸소 실천하는 날개 없는 천사를 자처한다.
또 지난 2004년 7월부터는 영정사진 무료봉사를 통해 1천명이 넘는 어르신들에게 정성스레 만든 액자를 전하며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효행의 도시’ 수원을 대표해 어르신들에게 집밥을 선사하는 녹색복지회가 앞으로도 초심을 잃지 않고, 50년 아니 그 이상 홀몸 노인들과 노숙인들의 ‘집밥 녹선생’이 되주길 기대한다 .
김규태기자
사진=김시범기자
무료급식소와 17년… “마지막까지 어르신 지켜드리고 싶어”
지난 2007년 제9대 혜경궁 홍씨역으로 선발돼 수원 향토사회에 기여한 이 회장은 이같은 이색 경력 탓에 복지회 소속 자원봉사자들과 어르신들 사이에서 ‘마마’로도 통한다. 대장부를 연상케하는 호쾌한 성격에, 밑반찬 하나하나를 정성스레 챙기는 세심함까지 더한 이 회장은 “봉사는 자신에게 주어진 업보”라고 힘줘 말했다.
“항상 변치 않기 위해 노력한다”는 이회장은 “말보다는 행동으로 실천한 17년의 세월과 봉사자들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앞으로도 어르신들에게 따뜻한 점심 한끼를 대접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규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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