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상권 파고드는 ‘가구 공룡’] 1. 영세 가구점 위협하는 한샘

규제 피하려 판매장 줄이고 전시공간 늘려 ‘꼼수’ 운영

▲ 16일 수원시 권선구 수원가구거리에 대형가구 매장 개장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광명 이케아에 이어 한샘 플래그샵 수원점 등 대형 매장이 줄줄이 들어서자 소규모 가구업체들이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다. 김시범기자

‘가구공룡’ 이케아가 국내시장에 진입하면서 영세상인을 위협한다는 비판을 받는 가운데, 정작 가구분야 국내 1위 대기업인 한샘 등에 의한 골목상권 붕괴 방지가 더 큰 문제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샘이 운영하는 플래그샵(가구생활용품 등)이 지역 곳곳에서 운영되면서 영세상인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데다, 전시시설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대규모 점포 규제 또한 받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본보는 한샘 등 국내 대기업의 플래그샵 운영으로 인한 문제점 등을 기획보도, 지역 소상공인들과의 ‘공존법’을 모색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한샘이 대규모 점포 규제를 교묘히 빠져나가면서 영세 골목상권을 위협하고 있다.

판매시설 면적이 3천㎡ 이상일 경우 대규모 점포로 분류돼 각종 규제를 받지만, 한샘은 정부의 유권해석을 근거로 판매시설 면적을 3천㎡ 미만으로 책정하고 나머지 부분을 전시시설로 등록하며 소상공인들과의 상생협약을 체결하지 않는 것은 물론 영업규제 등을 피하고 있다.

 

16일 한샘과 수원시 등에 따르면 한샘은 서울과 대구, 부산 등 전국 7개 지역에 플래그샵을 운영하고 있다. 3월 중순께에는 수원에도 이 플래그샵을 새로이 개점해 운영할 계획이다.

 

그러나 신규 개점하는 수원점을 포함, 한샘의 모든 플래그샵의 판매시설 면적은 3천㎡ 미만이다. 그럼에도 한샘은 전시시설이라는 면적을 플래그샵에 포함, 전체면적은 5천680~9천240㎡(분당점 제외-2천800㎡)에 달한다. 서울 목동점은 총 5천680㎡ 면적 중 판매시설이 1천470㎡, 대구 범어점도 총 9천240㎡ 중 판매시설 면적은 2천940㎡에 불과하다. 

3월 중순께 수원시 영통구 매탄동에 개점 예정인 한샘플래그샵 수원점도 총 5천600여㎡ 규모 중 판매시설은 1천829㎡에 불과하다.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상 판매시설이 3천㎡이상인 점포는 주변 상권에 미칠 영향을 조사한 ‘상권영향평가서’와 중소상인과의 상생협력 계획 등을 담은 ‘지역협력계획서’를 지자체에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한샘의 경우 판매시설과 전시장을 구분한 탓에 이를 작성할 의무가 없다.

수원시 한 관계자는 “가구매장에서 판매와 전시 공간을 별도로 분리하는 것이 이해가 안 됐지만 법상 문제가 없어 제지할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제품을 둘러보고 구매예약·방문설치하는 가구업계의 특성상 전시시설이 사실상 판매시설로 이용되지만, 현행법상 불법이 아니라는 정부의 유권해석을 기반으로 아무런 규제도 받지 않고 있다. 

복진덕 수원시가구연합회장은 “가구매장은 비치된 상품을 사는 것이 아닌 구경 후 매장에서 계약서를 작성, 공장에서 배달해주는 형태인데 어떻게 전시장과 판매장을 구분할 수 있겠냐”면서 “지역 상인을 죽이는 대규모 시설을 짓고도 편법을 일삼는 대기업 꼼수의 전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샘 관계자는 “판매장은 생활용품이나 가구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공간, 전시장은 전시와 체험, 홍보의 목적으로 사용하고 있어 구분한 것”이라며 “전시장에서 상품을 그대로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집에 맞게 재설계, 재생산되는 단계를 거치기 때문에 판매 행위가 아닌 제품 구매에 도움을 주는 공간일 뿐”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토교통부는 현행법상 가구의 전시, 체험, 홍보 등으로만 사용되고 판매 행위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전시장 용도로 분류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다만 전시장에서 판매 행위가 발생하면 관할 지자체에서 현장 조사를 통해 (규제 등을)판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안영국 한진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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