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삐 풀린 ‘마권 구매상한제’ 있으나마나

방문객, 무인발매기 돌며 ‘대리베팅’ 하루에 수백만원까지 구매 공공연
1인당 베팅액 10만원 제한 비웃어 마사회 측 “현장단속 인력 한계”

▲ 도박 중독 등 경마 부작용을 막기 위한 ‘마권 구매상한제’(1인·1회·10만원)가 구매횟수 제한이 없어 유명무실하게 운영되고 있다. 휴일인 21일 오후 과천시 주암동 렛츠런파크서울이 마권을 구매하려는 경마 고객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붐비고 있다. 오승현기자
“도박판에 상한제가 어딨어? 마권 10만원짜리로 베팅해서 얼마나 번다고…”

 

한국마사회가 건전한 경마문화를 조성하고 지나친 사행성을 방지하고자 한 경기당 최고 베팅액을 10만원으로 정해 시행하고 있는 마권구매상한제가 여전히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마장 방문객들은 일명 ‘대리베팅’과 ‘몰아주기’ 등을 통해 하루에 수백만원까지 베팅하면서, 마권구매상한제가 허울좋은 문구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21일 낮 12시10분께 과천시 렛츠런 서울 경마장 안은 주말을 맞아 수천명의 인파로 물결을 이뤘다. 층마다 넘쳐나는 손님들로 지날 때마다 다른 사람과 어깨를 부딪치기 일쑤였고, 30여개가 넘는 마권 유인발매소마다 20m가 넘는 긴 줄이 이어졌다.

 

하지만 줄이 형성된 유인발매소와 달리 무인발매기에는 삼삼오오 무리를 지은 방문객들로 웅성였다. 적게는 3명, 많게는 4~5명까지 모인 이들은 무인발매기를 돌아다니며 서로 마권을 교환하고 있었다. 대리베팅이었다. 1인·1회·10만원이라는 마권구매상한제를 비웃듯, 이들은 발매기에서 연신 마권을 뽑아 대리베팅과 함께 일명 ‘몰아주기’를 하고 있었다.

손님 K씨(62)는 “한 번에 마권을 10만원으로 제한한 것뿐이지 그 이하 금액으로 여러번하면 문제될 게 없다”면서 “본인 명의가 아닌 타인 명의로 대리베팅하는게 일반적이고, 주로 무인발매기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무인발매기 바로 옆에 ‘마권구매 상한선을 지켜주세요’라는 글귀와 흰색 어깨띠를 두른 직원들이 버젓이 돌아 다니고 있었지만, 이들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심지어 이들 직원 중에는 마권구매상한제를 모르는 직원까지 있었다. 이에 경마장 한 직원은 “유인발매소에서 마권구매상한제를 제재하고 있지만, 무인발매소는 마권구매상한제가 거의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인정했다.

 

방문객들 사이에서 고액 베팅을 하려면 무인발매기를 돌면서 마권을 사들이면 된다는 관행이 뿌리 내린지는 오래 전이다. 이에 지난 2012년부터 3년간 구매상한액을 넘겨 마권을 팔다 감독기관인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에 적발된 건수만 연평균 3천여건에 이르고 있다.

 

한국마사회 관계자는 “마권구매상한제가 사감위 평가에 반영돼 있어 경마장 안에서 현장 계도와 함께 방문객에게 홍보를 벌이고 있다”면서 “수천명의 방문객이 몰리다보니 단속 인력에 한계가 있지만, 개선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형표·정민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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