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산 독산성, 갈 길 먼 ‘세계유산 등재의 꿈’

세마대지 가는 길 인도조차 없어 관광객들 차도로 ‘아찔한 여행’
독산성 경유 마을버스도 한대 뿐 주민들 “접근성 나빠, 허황된 꿈”

▲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는 오산 독산성 세마대지가 대중교통 부족 및 보행로 미설치, 불법 주정차 극성 등 개선할 문제점이 많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23일 독산성 산림욕장 진입로에서 관광객이 불법 주차 차량들 사이로 걸어가고 있다. 김시범기자
경기도와 오산시가 독산성의 세계문화유산 지정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독산성으로 갈 수 있는 인도가 없는 등 접근성이 떨어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3일 오후 1시께 오산시 지곶동 독산성 세마대지를 가려는 수십명의 관광객들이 차도를 이용해 걷고 있었다. 왕복 2차선인 독산성 진입로에 인도가 없어 차도를 이용해 독산성에 오르면서 이곳을 찾는 차량이 지나갈 때마다 관광객들은 가던 길을 멈춰 서기 일쑤였다. 

뿐만 아니라 주변의 많은 공사현장을 오가는 대형트럭 등이 속도를 줄이지 않고 위협적으로 달려 관광객들이 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었다. 실제로 지난달 차도로 걷던 한 관광객이 차량에 부딪혀 부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인도가 설치된 일부 구간에는 파이프와 나무자재 등 건축자재가 놓여 있고 진흙과 쓰레기 등으로 덮여 있는가 하면 불법현수막이 횡단보도를 가로막은채 설치돼 있어 사실상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관광객 K씨(52·여)는 “경기도의 자랑스러운 명소라고 하는 독산성에 인도가 없어 관광객들이 차도로 다녀야 한다는 사실이 말이 되느냐”며 “시가 독산성의 세계문화유산 지정 추진을 선포한 만큼 조속히 문제가 개선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독산성까지 갈 수 있는 대중교통 역시 미비한 상태다. 독산성을 경유하는 대중교통은 마을버스 단 한 대에 불과한데다 배차간격이 2시간30분이나 돼 사실상 대중교통으로 접근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특히 저녁에는 가로등 불 조차 들어오지 않는 등 기본 인프라가 부족, 인근 주민들은 세계문화유산 지정 추진에 대해 냉소적이다. 

독산성 인근의 한 음식점 업주 L씨(50·여)는 “버스조차 제대로 다니지 않다 보니 차가 없으면 사실상 독산성을 이용할 수가 없다”며 “이 같은 이유로 인근 상권이 죽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독산성의 세계문화유산 지정은 허황된 꿈이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이에 시 관계자는 “다음 달 독산성 복원 종합관리 계획 연구용역 결과가 발표되면 독산성과 그 주변을 복원할 계획이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는 조만간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백제시대 축성된 사적 제140호 독산성과 세마대지는 연장 1천100여m의 고성으로 임진왜란 당시 권율 장군이 산 정상에서 백마에 쌀을 끼얹어 물이 풍부한 것처럼 왜군을 속여 퇴각시켰다는 일화가 전해지고 있다.

한진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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