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2년 수원에 황당한 지역구가 등장했다. 권선구청에 속한 동(洞)을 인근 팔달구에 떼어 주는 결정이다. 정치권이 자신들 편의 대로 지역구를 정하는 이른바 게리맨더링의 결과였다. 지역민이 반발했고 수원시는 헌법소원까지 들고 나왔다. 그러나 이후 4년, 해당 동 주민이 현실 속에 피해를 입었다는 결과는 없다. 그만큼 정치가 현실 생활에 기여하는 실익이 없다는 얘기다. 이를 듣는 정치인들은 부끄러워해야 한다.
그랬던 행정ㆍ정치 구역 혼란이 더 심해졌다. 20대 총선을 45일 앞두고 전국의 총선 지역구가 정해졌다. 여기서 정치 지역구는 행정 권역과 완전히 달라졌다. 수원의 경우 전국 최초로 무(戊) 지역구가 생겼다. 수원의 행정 조직은 4개 구(區) 체계다. 이러다 보니 왕창 흐트러졌다. 영통구의 절반은 정구로, 절반은 무구로 갈라섰다. 장안구 일부도 갑구로 옮겨졌다. 권선구는 동네 전체가 갑, 을, 무로 3등분 되면서 또 한 번 분해됐다.
지역 내 반발이 많다. 그런데 이 반발에는 정치적 판단과 행정적 판단이 달리 존재한다. 정치인들의 반발은 표 계산을 배경에 깔고 있다. 율천동의 을구 이동엔 갑구 야당 측이 반발한다. 세류동의 무구 이동엔 여당이 반발한다. 각자 선거에 불리해졌다는 판단에서다. 주민들의 반발은 이것과 다르다. 행정 불일치에 따른 불이익을 우려한다. 이른바 ‘부촌ㆍ빈촌’이라는 구분법에 따라 분구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현실도 원인이다. 수원뿐 아니라 도내 곳곳에서 이런 일이 생겼다.
기우(杞憂)다. 2012년 예에서 입증됐듯이 한국 정치가 현실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 선거 때 투표하는 것 외에 주민 삶을 더해주지도 덜해주지도 못한다. 같은 이유로 이번에 뒤섞인 지역구 혼란도 그리 걱정할 것은 아니다.
다만, 장기화는 옳지 않다. 언제까지 정치적 대표자와 행정적 대표자가 서로 달리 갈 수는 없다. 인구 30만 이상이 되는 중대 도시라면 행정권역과 정치권역을 맞추어갈 길도 있다. 정치에는 이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번에 형성된 지역구를 근거로 당선된 20대 국회가 체제를 다시 흔들 가능성은 낮다. 결국, 행정 조직을 바꾸는 것이 현실적 대안이다. 구를 재조정하는 방법이 있고, 구를 증설하는 방법이 있다. 중앙 부처에서 의지를 갖고 지방 행정이 여론을 보태면 얼마든지 실현 가능하다.
지금 나서서 호들갑을 떨 필요는 없다. 413 총선 뒤에 연구하면서 고쳐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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