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8개월째 1.5%의 초저금리로 유지되고 있지만,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등 시중은행이 대출금리를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신한은행은 저신용자들의 대출금리를 최대 2%p 이상 큰 폭으로 인상해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서민들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1일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시중은행은 지난 2월 신용등급별 평균 대출금리(2월29일 기준)를 전월보다 0.08~0.39%p 인상했다.
이달 중 한국은행에서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시중은행들이 예대마진(예금과 대출 금리차이에서 발생하는 이익)이 줄어들 것을 우려해 수익성 개선을 목적으로 금리조정에 나선 것이다. 가장 많이 평균 대출금리를 올린 곳은 우리은행으로 3.80%에서 4.19%로 0.39%p 높였다.
특히 시중은행들은 신용등급이 낮은 고객들에게 적용되는 대출 가산금리를 높게 책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침체로 기업과 가계의 신용등급이 낮아지는 점을 노린 것이다.
신한은행은 9~10등급의 대출 가산금리를 7.00%에서 9.11%로 2.11%p나 인상했다.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높은 인상 폭이다. NH농협은행도 지난 2월 9~10등급 대출 가산금리를 4.18%에서 5.21%로 1.03%p 올렸다.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은 각각 0.41%, 0.38%p씩 9~10등급 대출 가산금리를 높였다.
저신용자 대출 가산금리가 크게 오르면서 전체 등급별 평균 가산금리도 상승했다. 우리은행은 0.42%p, KB국민은행 0.30%p,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 0.25%p, KEB하나은행 0.13%p씩 평균 가산금리가 올랐다.
반면 예ㆍ적금 금리는 낮아졌다. KEB하나은행은 정기예금 상품인 ‘행복투게더 정기예금’의 1년 만기 기준 금리를 1.4%에서 1.3%로 0.1%p 낮췄다.
‘고단위플러스 정기예금’ 금리도 1.35%에서 1.30%로 0.05%p 떨어뜨렸다. KB국민은행도 예ㆍ적금 금리를 0.1%p씩 인하했다. ‘국민수퍼정기예금’ 3년 만기 금리는 연 1.50%에서 연 1.40%p로, ‘KB말하는 적금’ 3년 만기 금리는 연 2.0%에서 연 1.9%로 떨어졌다.
이처럼 시중은행들이 대출금리는 올리고 예ㆍ적금 금리는 떨어뜨리면서 은행을 이용하는 금융소비자들은 돈을 맡겨도, 빌려도 손해를 보는 상황에 처했다.
직장인 백모씨(31ㆍ여)는 “예ㆍ적금 금리와 대출 금리가 함께 오르고 내리면 이해하겠지만 은행은 유리하고 고객은 불리하게 금리가 바뀌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서민들의 삶은 팍팍한데, 은행이 상황에 따라 금리를 마음대로 조정하는 것은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 입장에서는 낮은 기준금리에 맞춰 예ㆍ적금 금리를 내릴 수밖에 없다”며 “저신용자 대출금리는 부실 대출 축소와 은행 자산 건전성 개선 차원에서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이정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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