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면받는 프로농구, 변해야 산다”

‘레전드’ 서장훈, 인기하락 지적 승패보다 ‘화끈한 경기력’ 강조

“지금 승패가 중요한 게 아니다.” 현역 시절 ‘국보급 센터’로 불린 서장훈(42)이 프로농구에 가한 일침이다.

 

서장훈은 지난달 29일 안양 KGC인삼공사와 서울 삼성의 6강 플레이오프 3차전이 열린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을 찾았다. 

선수 시절부터 남다른 친분을 쌓았던 김승기 인삼공사 감독과 이상민 삼성 감독을 응원하기 위해서였다. 서장훈은 이날 경기에 앞서 삼성 라커룸에 들려 이 감독과 환담을 나누던 중 최근 시들해진 농구 인기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대중들은 이미 누가 이기는지에 전혀 관심이 없다”며 “프로농구를 하는지도 모르고, 각 구단의 연고지조차도 모르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얘기지만, 서장훈이 선수로 뛸 당시만 해도 농구의 인기는 가히 폭발적이었다. 서장훈, 이상민, 문경은이 이끄는 연세대와 전희철, 현주엽, 김병철이 이끄는 고려대 선수들은 지금의 아이돌 부럽지 않은 팬덤을 형성했을 정도였다. 1997년 프로농구가 출범할 수 있었던 것도 이들이 존재했기에 가능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이들이 한둘 은퇴하면서 농구 인기는 급격히 가라앉았다. 최근 들어서는 그 정도가 더욱 심해져 겨울 스포츠 맞수인 배구에 크게 뒤처지게 됐다. 실제로 올 시즌 프로배구의 평균 시청률은 1%를 넘긴 반면 프로농구는 0.28%에 머물렀다. 

현재 예능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서장훈은 이런 프로농구의 현주소를 예능프로그램에 빗대어 꼬집었다. “어느 프로그램이든 시청자들이 외면하면 말짱 도루묵이다. 본인들만 녹화할 때 신날 뿐이다. 지금 프로농구가 딱 그런 모양새다.”

 

서장훈은 농구가 예전의 인기를 회복하려면 10개 구단이 대동단결해 프로농구를 하나의 대중문화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감독과 선수들에겐 이기고, 지는 게 중요하겠다만, 팬들은 우선 재밌는 콘텐츠를 원한다”며 “그러려면 일단 각 구단이 승패를 떠나 화끈하면서도 근성 있는 플레이를 펼쳐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조성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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